“탄핵의 문, 尹이 직접 열었다…끌어낼지 말지는 巨野 아닌 주권자의 선택”
“‘국민 vs 여사’ 중 아내 선택한 尹…행정수반으로서 ‘능력’도 ‘의지’도 없어”
“야권이 이끌고 가는 ‘탄핵열차’는 설득력 약해…국민적 열기가 우선 돼야”
“韓 성적표 ‘낙제점’…성과 전무하고 ‘당원게시판’ 늪에 빠져 부메랑 맞아”
(시사저널=김종일·강윤서 기자)
"탄핵의 문은 열렸지만, 야당은 서두르지 말라."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핵심 한 문장이다. 대통령을 뽑은 것도 주권자, 그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지 결정하는 것도 주권자의 뜻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탄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최고 권력자인 '국민의 뜻'이라는 이야기는 그저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던 2016년과 지금 2024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탄핵을 주도하고 있는가이다. 당시에는 국민이 주도하고 정치권이 따라갔다. 탄핵의 국민적 합의가 점층적으로 먼저 이뤄졌다. 반면 현재 탄핵 구호가 나오는 광장에는 야권의 깃발이 나부낀다.
그는 최근 '탄핵의 정치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도, 인터뷰에서도 일관되게 "탄핵은 잘 쓰면 약, 못 쓰는 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탄핵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점도 환기한다. 탄핵이 수시로 이뤄진 남미를 그 예로 든다.
그래서 탄핵을 할 때 하더라도 '제한된 목적' 아래 '절제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대통령을 그 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외에 다른 정치적 목적을 도모해서 안 된다는 점도 힘주어 말했다. 탄핵이 불가피하더라도 탄핵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나 후유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정작 더 중요한 가치인 '민주주의'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수석과의 인터뷰는 지난 11월22일 서울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지금 정치상황을 두고 '탄핵의 문이 열렸다'고 표현했다. 현 상황을 왜 이렇게 진단하나.
"현재 탄핵이라는 문을 사이에 두고 세 주체의 서로 다른 움직임이 있다. 먼저 108석을 가진 여당은 탄핵의 문이 안 열리게 막고 있다. 반면 200석에 좀 못 미치는 거대야권은 그 문을 밀고 들어가려고 한다. 관건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탄핵의 문을 안에서 잠글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 문을 지금 스스로 열었다. 본인이 탄핵의 문이 움직이게 한 셈이다. 원인 제공자는 윤 대통령이다."
왜 윤 대통령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나.
"주권자는 이미 지난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낸 것이다. 준엄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이른바 '국민이냐 부인이냐' '국가냐 아내냐'의 문제에서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정서는 어떻게 보나.
"국민들이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고 본다. 보수층에서도 '내가 뽑은 대통령이지만 저 분을 저 자리에 계속 두는 게 과연 맞나'라는 심각한 회의감을 갖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제 국민은 심사숙고에 들어갈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하는 게 맞을지, 아니면 잘못한 점은 많지만 좀 더 두고 볼지 엄중히 지켜볼 것이다."
국민들이 탄핵까지 고민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결국 '무능'과 '김건희 리스크' 때문이다. 진영과 상관없이 어느 정부든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윤 대통령은 그걸 너무 못한다. 지금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한 데, 여기에 안보적으로 '죽고 사는' 문제까지 터졌다. 거기에다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대통령이 무능하다는 것은 국민들의 여론 기저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의 기본 책무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은 행정수반이다. 즉, 국민의 삶과 관련된 행정을 잘 굴러가게 해줘야 한다. 예컨대 대형 사고를 예방하거나 수습하고, 공직자가 잘못했을 때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야당은 물론 정치권과 소통하고 협치를 해야 한다. 언론의 비판에도 귀를 열어둬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어떤가. 그렇게 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안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총선 패배라는 국민 심판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은 탄핵마저 거론되는데 윤 대통령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탄핵 위기에 빠진 다른 나라의 대다수 지도자는 달랐다. 탄핵 위협이 다가올수록 여론을 의식하고 야당 등 정치권과 타협해 그 파고를 넘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이 분은 꿈쩍도 안 한다."
책에서 '탄핵을 무시하면 탄핵을 당한다'라고 썼다.
"탄핵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다. 대통령이 그 권한을 잘못 사용했을 때 쫓겨날 가능성을 만들어 대통령이 스스로 절제하도록 하는 것이 탄핵의 취지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처럼 탄핵 여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마음대로 하면 그게 바로 '직무유기'다. 윤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지 않더라도 임기 5년이 끝나면 물러날 수밖에 없는데, 본인이 전직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고 하는지 참 의문이다. 정말 하루만 사는 분인가."
책 제목의 '나쁜 권력'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건가.
"그렇지는 않다. '좋다, 나쁘다' 이건 주어진 권력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다만 지금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본인에 대한 의혹을 방어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쓰고 있다.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또 여소야대 정권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위해 야권과 타협하거나, 최소한 여당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런 노력 없이 거부권(재의요구권)만 남발하고 있다. 이건 나쁜 권력이지 않겠나."
탄핵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당분간 탄핵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탄핵이 성공하기 위해선 '중대성' '대중성' '초당성'이라는 3개의 요건의 충족돼야 한다. 우선 아직까진 '대통령이 잘못한 건 맞지만, 쫓아내는 것까지는 모르겠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즉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탄핵이 성공하려면 초당적 성격도 충족돼야 하는데, 현재 108석의 여권이 쉽게 뚫릴 것 같지는 않다. 또 탄핵은 중대한 탄핵 사유가 있어야 한다. 아직 민심이 충분한 중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탄핵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의 기준은 서로 다를 텐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탄핵의 중대성은 검찰 수사로 밝혀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탄핵은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다. 그런데 우리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경험하면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딱 떨어지는 형사범죄가 밝혀져야만 중대한 탄핵의 사유가 있다고 보는 경향성이 생기게 됐다. 탄핵은 주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여권이 주장하는 '방탄 프레임'도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그렇다. 앞서 말했듯 탄핵이 성공하려면 초당성이 중요한데, 제1야당 대표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탄핵 카드를 쓴다고 생각하면 초당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책에서 '탄핵은 치유의 수단으로 써야지 응징의 수단으로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야권 일각이 출발시킨 '탄핵열차'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론은 야권이 탄핵을 당파적 프레임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볼 것이다. 탄핵을 성공시키려면 국민의 판단을 우선 존중한 뒤 그 판단에 따라가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 전략으로 탄핵을 내세우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탄핵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민이 최고 권력자라는 점이다. 주권자가 뽑은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도 주권자의 뜻을 받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시민들이 광장에서 먼저 모였고, 2024년 현재는 정당들이 광장을 이끌고 있다. 지금은 폭발적인 열기가 없다. 그만큼 열기가 끓어오르지 않았다."
현안도 살펴보자. 취임 100일을 넘긴 한동훈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실망스럽다. 63%라는 높은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됐는데, 지금 와서 '제가 이걸 해냈습니다'라고 내세울 게 대체 뭐가 있나. 낙제점이다. 그나마 특별감찰관제 도입한다고 했는데, 그것마저도 지금 안갯속이다. 지금 한 대표의 태도는 마치 특수부 검사 같다. 자꾸 이분법적 사고로 정치를 대한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사건을 몰아가는 식의 정치도 보인다. 그러다 결국 당원 게시판이라는 '늪'에 빠졌다. 늘 정의를 외치던 사람은 조금의 의혹이라도 나오면 더 가혹하게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 본인은 흠이 없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공격만 하다가 약점이 딱 잡혔다. 지금 난감할 거다. 완전히 늪에 빠졌다."
청와대 시스템을 경험해 봤다. 이번 정부에서 유독 '영부인 리스크'가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영부인의 국정 관여는 우리나라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도 영부인이 사실상 정국을 통치한 사례가 있다. 문제의 본질은 '영부인이 이상한 사람인지' 여부가 아니다. 그걸 '대통령이 용인하느냐'가 핵심이다. 스스로 권력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 사인의 국정 관여를 용인하는 것은 오롯이 대통령의 잘못이다. 국민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지, 윤석열 부부를 같이 뽑지 않았다."
용산의 시스템이 무너진 걸까, 김 여사에게 '노(no)'라고 할 수 없는 분위기인 걸까.
"둘 다라고 본다. 미셸 오바마가 쓴 회고록에는 영부인이 어떤 행보를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비서실과 협의를 하고, '그건 하셔도 좋다' 등 사실상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나온다. 그런데 지금 용산의 경우 그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여사에게 단호한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관련 선고가 나오면서 민주당의 대여공세 등도 한층 더 거세졌다.
"최근 민주당이 보이는 격앙된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역사상 대권 승자가 경쟁자를 이렇게 사법적으로 배제하는 일은 없었다. 엄연한 정치 보복이다. 이런 일이 절대 관례화 되면 안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법 불복을 할 방법도 딱히 없는 상황에서 사법적 판단은 존중해야 하지 않겠나. 그럼에도 지금처럼 '검사와 판사를 탄핵하겠다' '허위사실 공표죄를 없애겠다' 등 속 보이는 행보를 보이면 국민도 당연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비명계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이른바 '신(新) 3김'(김부겸·김동연·김경수)에게 정치적 기회가 찾아올까.
"지금은 누구든 '신 3김'을 찾으면 민주당 내에서는 역적이 되는 분위기다. 설령 (이 대표에게) 도전할 의지가 있어도 당장은 티를 낼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차기 대선 후보는 기정사실로 하는 게 아니라, 치열한 경선을 통해 뽑아야 한다. 대선 경선은 여론조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당과 국민 간의 거대한 소통을 이뤄내는 중요한 상호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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