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창호 인권위원장 ‘소수의견’ 막아…인격모독 발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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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전원위원회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진정 사건을 기각으로 의결한 뒤 '소수의견'을 쓰겠다는 위원들을 막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인권위는 그동안 각하나 기각 결정 때도 위원들이 원할 경우 결정문을 쓰고 소수의견을 담아왔는데, 안 위원장 취임 이후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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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장 “써오면 보고 결정하겠다” 발언
내부선 “인권위 역할 사라지고 있다” 우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전원위원회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진정 사건을 기각으로 의결한 뒤 ‘소수의견’을 쓰겠다는 위원들을 막아 물의를 빚고 있다. 인권위는 그동안 각하나 기각 결정 때도 위원들이 원할 경우 결정문을 쓰고 소수의견을 담아왔는데, 안 위원장 취임 이후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위원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까지 해 인권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27일 인권위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창호 위원장은 25일 오후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심의한 ‘경찰의 부당한 체포로 인한 신체의 자유 침해’ 건을 표결 끝에 기각 의결했다. 안 위원장은 결정문을 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려 했지만, 남규선·원민경·김용직·소라미 위원은 “소수의견을 쓰겠다”며 결정문 작성을 요구했다. 그동안 인권위는 경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해 왔음에도 이번 진정이 다수결 투표에 따라 기각 결정됐으니, 소수의견을 남길 필요가 있다는 게 남 위원 등의 주장이었다.
논쟁이 이어지자 안 위원장은 위원들이 소수의견을 써 오면 그 내용을 보고 결정문 작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일축했다. 안 위원장은 “소수의견을 써 봐라. (소수의견을) 읽어보고 합리적이면 다수의견으로 결정문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계속 항의가 이어지자 안 위원장은 고압적인 말투로 윽박지른 데 이어 외모를 평가하는 부적절한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직원은 한겨레에 “안 위원장이 남규선 위원에게 ‘눈 좀 제대로 뜨고 말하십시오. 눈이 너무…’라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며 “또 말꼬리를 문다고 (소수의견 기재를 주장하는 위원들을)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내부에선 기각된 이번 진정은 충분히 소수의견을 쓸 만한 사안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전원위에서 기각된 비공개 진정 건은 새벽 시간대 소음으로 민원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음식점의 26살 여성 아르바이트 직원이 인적사항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이었다. 침해조사국에선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인용 의견’으로 보고서를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에 올렸지만, 지난해 12월 소위원장인 김용원 위원 등의 반대로 전원위원회에 뒤늦게 회부됐다.
남규선 위원 등은 “인신체포의 엄격한 기준을 벗어난 인권침해다. 기존 인권위 결정례에 비춰봐도 인용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통상 수갑을 이용한 현행범 체포는 도주 우려나 흉기 사용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되며, 해당 사안은 행정 처분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김용원 위원 등은 “음식점 업주가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춘 여러 불법행위를 했다. 국가공권력을 우습게 안다”며 기각을 주장했다. 이후 안건은 다수결 투표 뒤 안창호 위원장과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 등 7명은 기각,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김용직·소라미 위원 4명은 인용 의견으로 최종 기각 결정됐다.
인권위 내부에선 인권위의 원칙과 관행이 무너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각하나 기각은 사건처리결과 통지서로 대체하지만, 소수 의견을 남기고자 하는 위원들이 결정문을 작성하자고 제안하면 다수의견과 함께 소수의견을 제시해왔다”며 “소수의견을 작성해 오면 보고 판단하겠다는 위원장의 발언은 민주주의 원칙이나 인권의 기본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또 다른 직원은 “전원위를 열지 않을 때는 안 해서 문제였지만, 이제는 열어도 인권위의 역할을 잃은 회의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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