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수땐 미국 해군 MRO 추가 수주… K - 함정 수출길 넓힐 것”[현안 인터뷰]

정충신 기자 2024. 11. 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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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美, 제조업 인프라 부족한 상황
韓과 함정 분야 협력 원하는 듯
MRO 넘어 현지건조 참여 노력
폴란드와 ‘K2’ 2차 계약 논의
캐나다는 ‘장보고-Ⅲ’에 관심
범정부 협의체 ‘원팀’ 구성해
금융·구매국과 협상 신속지원
2027년내 방산 4대강국 도약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22일 정부과천청사 방사청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석종건(56) 방위사업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함정 등 조선 협력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K-함정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다양한 수출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을 지낸 전력 분야 전문가로 올해 2월 윤석열 정부 2번째 K-방산 지휘봉을 잡은 석 청장은 “우리나라 조선 업체들은 이지스함, 3000t급 잠수함 등 해군에서 운용 중인 모든 유형의 함정을 자체 설계 및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운용 중인 무기체계와 호환성 등에도 장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들을 고려할 때 유지·보수·정비(MRO)를 비롯한 향후 건조사업까지 각종 수출사업 참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석 청장은 올해 K-방산의 눈부신 수출 성과에도 불구, “10조 원대 호주 호위함사업 수주 실패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사업”이라며 “이를 교훈 삼아 수출사업 초기부터 함정업체, 전문기관 등과 더불어 원팀(One-Team)으로 활동해 더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석 청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방사청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함정 사업 협력을 요청했다. K-함정이 K-방산의 주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은 제조업, 특히 조선산업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의 MRO 수요는 연간 약 20조 원 규모인데, 제조업 공급망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우리나라나 일본과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인프라를 단기간 내 보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이런 정책 기조는 트럼프 정부에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K-함정과 손잡으려는 이유는.

“우리나라 조선업체는 전 세계 1, 2위 수준이며, 조선 역량 또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군함으로 한정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이지스함, 3000t급 잠수함 등 거의 모든 함정을 자체적으로 설계, 건조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최초로 미 함정 MRO 계약을 체결한 것은 미 함정이 우리 함정 건조와 정비 기술을 인정했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이 운용 중인 무기체계와 높은 상호운용성, 호환성을 가지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MRO를 비롯해 건조사업 참여까지 함정 분야의 방산 수출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과제는.

“미 본토에서 추진되는 함정까지 MRO와 건조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협의가 필요하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우방국과 함께 국제적인 MRO 또는 공동생산 소요를 발굴하고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함정 역량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미국과의 MRO 사업, 미국 함정 현지 건조 등 미국과의 함정 건조 협력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국내 조선소의 함정 건조 및 정비 능력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MRO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소요의 지속적인 확보다. 현재 우리나라는 2건의 계약이 체결돼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MRO 사업 소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조선소들 입장에서는 소요가 지속되지 않으면 기업의 인력, 장비, 시설 유지 측면에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므로, 지속적인 소요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현지 건조 전망은.

“미국 함정 현지 건조는 미국산 우선구매법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에선 제한적이고, 향후 법 개정 등을 통해 가능해지더라도 미국 내 소요가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한미 간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을 체결하기 위해 정부 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조선소가 미국 본토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타국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미 간 체결한 방산물자 공급안보협정(SOSA)을 통해 방위산업 물자를 서로 우선 공급할 수 있게 됐다.”

―K-방산의 강점은.

“먼저, 국산 무기체계의 우수한 성능과 뛰어난 가성비를 들 수 있다. 정부는 국방비 중 약 7%를 국방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성능과 합리적 가격을 확보한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특히 3대 주요 수출품인 K2전차, K9자주포, FA-50은 미국, 독일 장비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성능에다가 높은 가격 경쟁력도 갖고 있다. 둘째, K-방산 역량에 대한 높은 신뢰성이다.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엄중한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무기체계 운용 및 훈련을 하고 있어 외국군에 신뢰도가 높다. 또 상시 위협에 대비해 체계적·효율적으로 방산 인프라 관리, 우수한 생산품질 유지 및 정확한 납기 준수가 강점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목표인 임기 내 방산수출 4강 실현 가능성은.

“2022년 기준 우리의 방산시장 점유율은 세계 9위, 방산수출 성장률은 세계 1위(74% 증가)로 이런 수출 추세가 지속되면 2027년까지 방산 4대 강국 달성이 가능하다. 불안한 국제정세로 인해 무기소요가 급증하는 상황은 K-방산이 세계 방산시장을 효과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역량을 활용한 적극적인 방산수출 지원이 필요하다.

“방사청·국방부·군·출연기관 등으로 ‘방산수출 통합 원팀’을 구성해 무기체계별 주요 수출 현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방산수출 금융지원 강화 및 구매국과의 협상을 위해 방사청·국방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으로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원스톱(One-stop)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려고 한다. 국가별 안보 상황에 따라 맞춤형 패키지 무기체계를 제안하는 능동적 방산수출 마케팅을 추진하겠다.”

―올해 방산수출에 대한 대내외 관심이 높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먼저 폴란드 2차 이행계약으로 체결한 천무, K9이 기억에 남는다. 폴란드 정부가 교체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새 정부에도 우리 방산 역량에 대해 굳건한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수출한 K2, K9 등 제품 자체에는 자신이 있었고 우리의 빠른 납기 준수와 실전 능력에 대해서도 호평이 있었기에 정부 차원에서 방산협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국방장관 때 폴란드를 방문, 총괄 계약 이행에 대한 폴란드 정부 측의 약속을 끌어냈고, 폴란드 장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방문했을 때는 현역 장교였던 개인적 경험과 우리나라와 폴란드의 역사인식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방산 수출 시도와 관련해 가장 아쉬운 대목은.

“호주 호위함사업과 관련, 함정업체와 협력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호주군이 요구하는 운용개념과 성능에 우리 호위함이 부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호위함 수주에 실패했지만, 수출을 위한 호주와 방산협력 과정에서 여러 교훈을 얻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일본, 독일 등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호주의 싱크탱크와 함께 오래전부터 국방전략이나 정책을 연구하는 등 국방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방사청은 수출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활동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잠수함 등 다른 함정 사업 수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호주와 그동안의 협력관계와 앞으로의 협력 가능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산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내년도 방산수출 활동, 정책과 관련해 방사청이 중점을 두는 사항은.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수출사업의 계약을 위해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현재 폴란드와 K2전차 2차 이행 계약을 논의 중인데 연내 계약체결을 목표로 방산업체가 협상 중이다. 루마니아 국방부에서도 K2전차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절충교역 등의 요구와 수출행정 절차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다.”

―캐나다·폴란드 신규 잠수함 수출 사업 전망은.

“최근 캐나다·폴란드 등 다수의 국가가 신규 잠수함 도입사업을 추진 중이며 우리 장보고-Ⅲ 잠수함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잠수함 도입예정 국가들이 실제 운용하며 검증된 잠수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미 높은 성능과 신뢰성이 증명된 장보고-Ⅲ 잠수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방사청은 국방부, 해군과 함께 함정업체,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원팀을 구성해 방산수출 마케팅 활동을 할 것이다.”

―기존 방산수출 전략에서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내년에는 방사청이 방산수출 지원전략과 시스템을 150억 달러(약 20조9680억 원) 규모에 맞춰서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지금 수출지원 체계는 30억 달러 방산수출 규모에 맞춰 구성됐다. K-방산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은 방산협력과 방산수출지원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해 감당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구매국의 단일 무기체계 수요에 맞춘 사후적·수동적 방산수출 대응전략을 상대국 안보환경에 맞춰 선제적으로 패키지형 무기체계 수요를 제기하는 적극적 전략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쉽게 얘기하면, 방공무기 도입이 필요한 국가에 천궁-Ⅱ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방공시스템 전체를 제안해 국가의 무기체계 소요에 반영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202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페루 순방에 동행한 석 청장은 “2010년 양국이 방산·군수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지난해까지 기본훈련기(KT-1P), 연안경비정, 다목적지원함 등 약 6억3000만 달러의 무기체계를 수출했다”며 “이 수출규모는 중남미 방산수출액의 약 73%를 차지하는 것으로 페루는 중남미의 최대 방산협력 국가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페루 방문에서 구체적인 방산협력 성과와 의미는.

“올해 들어 우리나라 방산업체와 페루 육군과 해군이 15년간 페루의 국방획득사업에 우리 방산업체를 우선협상대상 지위로 인정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 한 해 동안만 호위함, 원해경비함 등 함정 4척과 K808장갑차 30대 등 총 5억2000만 달러 규모의 방산수출이 성사됐다. 우리 방산업체와 페루의 국영 방산기업은 전차, 장갑차 등 지상 장비의 총괄협약, 잠수함 공동개발 MOU, KF-21 부품 공동생산 MOU를 체결했다. 이번 전략적 MOU는 향후 페루의 지상·해상·공중 전력획득사업에 우리나라 방산업체가 수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석 청장은…

△육사 45기 △합참 전략기획본부 전력기획부 감시정찰전력과장 △합참 전략기획본부 전력기획부 전력기획과장 △합참 전략기획본부 전력기획부 전력1처장 △육군 35사단장 △제2신속대응사단 창설준비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 전력기획부장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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