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반년 만에 또 나왔다…반도체 생태계 지원책 발표
정부가 경기도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 비용을 분담하고,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5월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 만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은 최근 중국 추격,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반도체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됨에 따라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 건설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우선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 지중화에 대해 정부가 상당 부분 책임을 지고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
지중화 비용은 기존 선로 구축 비용보다 10배가 더 든다. 약 3조원 수준의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 인프라 사업비에서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에만 약 60%를 차지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분담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절반 이상은 정부가 부담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대한 지원 한도를 상향하는 등 추가 지원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현재 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한도는 단지별 500억원으로 대규모 투자사업의 경우 미흡한 수준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된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반도체 기업은 조세특례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의 투자세액 공제가 적용되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인상율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가 잠정 합의한 5%포인트가 유력하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도 넓힌다. 지금까지 사업화를 위한 시설은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대기업은 15%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연구·개발(R&D) 장비 등 시설투자는 일반 투자세액공제가 적용돼 공제율이 1%에 그쳤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팹리스, 제조 등 반도체 전반에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도 투입한다. 산업은행의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4조2500억원)을 비롯해 설비 및 R&D 투자 대출, 보증료 감면 및 보증 비율 상향, 수출대금 미수령액 손실보상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 회의체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확대 개편하는 내용도 공개했다.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는 2022년 10월까지 진행해오다 최근 2년간 가동되지 않았다. 그동안 기업·산업구조조정에 방점을 뒀다면 기술·산업·혁신·기반시설 분과를 신설해 핵심 기술개발과 인프라 지원 등도 논의하기로 했다.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산업정책을 부처별로 각개격파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새로 개편했다”며 “산업경쟁력강화 장관회의를 매주 혹은 매월 최소 1회 이상 열어 내년 상반기까지 주력산업·신산업·서비스업 등 업종별 지원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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