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풀기 어려운 문제'…협상 출발점 만든 건 큰 성과"[인터뷰]
"구체적 '수치' 집중보다는 단계적 조치부터 필요"
"INC 의장 문서 수용국들 발표 때 박수 쏟아져"
[부산=뉴시스]성소의 기자 =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풀기 어려운 문제'인데, 협상 출발점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170여개 국가의 다른 입장이 하나로 모아졌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죠."
27일 박민혜 한국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은 전날 부산 해운대구 소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5일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하는 국제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가 개최됐다.
2022년부터 약 2년 간 이어져 온 이 논의는 계획대로라면 부산에서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만, 일부 쟁점을 두고 이견이 팽팽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관한 논의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우호국연합(HAC)은 플라스틱의 생산 감축과 이를 위한 정량적 목표 설정을 주장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등 유사동조그룹(LMG)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지지부진할 것 같던 협상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건 전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5차 INC에서 참여국들이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이 제안한 '비공식 문서(non-paper)'를 토대로 협상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비공식 문서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77쪽의 협약 초안을 17쪽 짜리로 간소화한 문서로 '생산 감축' 등 첨예한 쟁점은 빠져있다. 협상의 출발점이 만들어진 셈이지만, 생산 감축에 관한 정량적 목표가 담기지 않아 '맹탕 협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 총장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그는 생산 감축이 중요한 과제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간 가려져 있던 '우려 화학물질'이나 '피할 수 있는 플라스틱', '지속 가능한 제품 설계와 디자인'과 같은 다른 문제들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스틱 협약에서 구체적인 생산 감축 목표가 담기지 않더라도 의미가 없진 않다는 뜻이다.
그는 "(생산 감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려 화학물질'이나 '불필요한 플라스틱' 등 줄여나갈 수 있는 물질을 단계적으로 금지해 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협상 첫날 참여국들이 발디비에소 INC 의장의 문서를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합의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단 협상의 시작점이 만들어지면서 플라스틱 오염과 연관된 수많은 의제들을 논의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것을 토대로 협상할 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논의를 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참여국들이 합의를 이룬 점은)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 비율이 극히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도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재활용 비중을 늘림으로써 생산 감축에 도달할 수 있고, 복합 소재를 단일 소재로 바꾸면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정부가 협상에서 직접 나서서 이걸 회의 안건으로 제안하는 등 논의를 선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오염은 너무 심각해서 자발적인 참여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제품의 설계, 디자인 쪽에서 구속력 있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원 조달에 관한 논의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현재 선진국은 협약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지구환경기금(GEF) 등 기존 기금을 활용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별도 기금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박 총장은 "파리협정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기후재원에 대한 논의를 지리하게 이어가고 있다"며 "계속해서 쟁점이 되는 것이 재원인데,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협상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재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옵저버(참관자) 자격으로 전날 5차 INC 본회의에 참여하면서 '플라스틱 협약' 성안에 대한 참여국들의 의지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발디비에소 INC 의장의 비공식 문서를 수용한 국가들이 발언문을 발표할 때 박수가 쏟아졌다"며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다섯번째 협상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다들 성안의 의지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