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정지인 감독 "부담도 많았지만, 큰 사랑 받아 다행" [일문일답]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정년이' 연출을 맡은 정지인 감독이 국극을 연출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김태리)을 둘러싼 경쟁과 연대와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1화 시청률 4.8%로 시작해 최종회에선 16.5%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출을 맡은 정지인 감독은 최근 진행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배우와 스텝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쁘다"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다"라며 시청자들의 인상깊은 반응을 꼽기도 했다.
'정년이'가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선 "국극과 소리의 매력에 우리 배우와 스텝들이 푹 빠진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와 닿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런 부분이 통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 이하 정지인 감독 일문일답
Q. 정년이가 사랑받은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국극과 소리의 매력에 우리 배우와 스텝들이 푹 빠진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와 닿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런 부분이 통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과 그들의 관계성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것도 한몫한 게 아닐까요.
Q. '정년이' 흥행에 대한 소감 및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무엇인가?
배우와 스텝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극에 대한 반응들입니다.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Q. '정년이'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텝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습니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김태리 님을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Q. 무대 위 연극을 보는 것처럼 넓은 앵글을 사용하시는데, 촬영하면서 생겼던 어려운 점이 있으신지
부담은 방송이 나가기 직전까지 많았습니다. 과연 이런 형식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을까, 가슴을 졸이며 방송을 기다렸습니다. 공연을 연출하고 촬영을 한 건 처음이라 도움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민희 무대 연출가를 소개받고, 그와 함께 이이슬 안무가가 들어와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으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당시의 국극 자료들은 직접 구하기 힘들어 정은영 작가님과 서이레 작가님께 도움받은 것도 있습니다.
화면이라는 첫 번째 장막을 넘어 무대라는 두 번째 장막을 과연 뚫고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어떤 캐릭터를 바로 입는 걸 넘어, 드라마 속 캐릭터가 무대에서 다시 한번 극중 극의 캐릭터를 덧입는 것도 고민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관객 반응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시청자들의 반응을 함께 끌어내지 않을까 판단했습니다. 다행히 당시 공연을 보던 관객들은 생생한 감정 표현을 했다는 자료들이 있었고, 소리를 할 때 현대의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추임새를 하는 모습을 보며 촬영과 함께 후시 작업으로 보충도 했습니다. 캐릭터를 덧입는 과정은 배우들의 반복적인 연습으로 무대에서는 무조건 극 중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꾸준히 훈련해 왔습니다.
길게 선보이게 된 과정은 이 정도의 길이도 납득시키지 못하면 앞으로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든 공연 내용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한 도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도 있었지만 후반 작업 과정에서 장영규 음악감독님의 무대 음악과 믹싱 팀의 음향 작업이 좋은 시너지를 일으키는 걸 확인하며 공연 장면에 대한 떨리는 마음이 점차 빨리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떨렸던 만큼 시청자분들에게 국극 장면들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Q.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은 무엇이며, 어떻게 촬영했는지 비하인드 말씀 부탁드린다.
아무래도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총력을 기울인 건 국극 장면들이었습니다.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텝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습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습니다.
국극을 제외한 촬영 중 가장 공들인 건 아무래도 10회 엔딩, 용례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입니다. 한 씬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입니다.
Q.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를 비롯해 배우들의 열연이 방영 내내 화제였다.이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김태리 님이 쏟은 열정과 노력은 우리 작품을 떠받치는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이 올 때 정년이를 생각하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신예은 님의 촬영 중 반전의 순간들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종종 허영서와 신예은을 오가며 장난칠 때마다 다시 영서로 돌아오라고 말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주머니 속에 넣어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라미란 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현신이었습니다. 단원들과 있을 때는 여고생같이 해맑게 있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어느새 소복으로 초 집중하는 모습에 수차례 반했습니다. 정은채와 김윤혜는 매란의 왕자와 공주로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저 역시 온달과 평강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가 참 슬펐습니다. 둘의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끝났고 이제는 보지 못할 조합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다시는 만나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이라 생각합니다. 이분들과 그 외의 모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Q. 드라마 '정년이'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소리 한 가락, 한 소절을 우연히라도 듣게 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 '아 정년이에서 나왔구나!' 정도의 반응만 나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tvN]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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