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보호소지, 감옥보다 못한 곳” 법무부,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강제퇴거 외국인 구금 상한 36개월

이재호 기자 2024. 11. 2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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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자유 침해\' 헌재 결정 무색하게 하는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가 2022년 10월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외국인보호소 무기한구금 허용 출입국관리법 위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름만 보호소지, 감옥보다 못한 곳이었다.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데 인터넷을 할 수도 없었다. 고국에서 자료를 받을 수도, 보호소 외부의 변호사와 연락할 수도 없어 매일 절망했다.”

2014년 1월, 고국 파키스탄 카슈미르를 떠나 뉴질랜드로 향하던 사르다르(41·가명)는 경유지였던 인천국제공항에서 발목이 잡혔다. 위조 여권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보호소)에 갇혔다. 카슈미르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사실을 설명했지만 한국 정부는 막무가내였다.

사르다르는 보호소가 사실상 감옥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뉴스를 시청하고 운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보호소는 그의 요청을 묵살했다. 사르다르는 1년6개월 동안 보호소에 ‘구금’돼 있으면서, 두 달 동안 단식 투쟁을 하기도 했다. 당시 경험은 고스란히 트라우마가 됐다. 2016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그는 “구금 당시를 회상하면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절망적이었다”며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분통이 터진다”고 한겨레21에 말했다.

보호소에서 두 달 단식 투쟁한 수감자 “감옥보다 못한 곳”

“누구든지 체포 또는 (인신)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적합한지 부적합한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6항은 누구나 신체의 자유를 보호받고, 신체의 자유가 제한당했을 때 법원에 심사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지만, 외국인들은 이 조항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246만 명. 전체 국민의 4.8%에 이르지만 이들은 ‘보호소’라 쓰고 ‘구치소’로 읽는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될 수 있는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보호소에 가두는 근거는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명시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1항이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이 법이 “과잉금지원칙 및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돼 피보호자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만 즉각 무효화할 경우 법의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일시적으로 해당 법을 유지시켜주는 결정이다. 헌재는 정부가 해당 법 조항을 2025년 5월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법 개정 명령시한을 6개월 앞두고 법무부가 법무부 산하 위원회에서 강제퇴거 외국인의 구금을 결정하고, 구금 기간을 최장 3년으로 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개정하고 나서 비판을 사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최장 3년까지 구금하는 것은 너무 길어 헌재가 지적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독립적인 외부 기구가 아니라 법무부 산하 기관이 구금을 결정하는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돼 헌재 결정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국제기준 3배 넘고, 독립성 없는 산하기관이 결정

2024년 11월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단독 안건으로 상정해 심사한 법무부 개정안을 보면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18개월의 범위에서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며 “송환하려는 사람이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하거나, 송환에 협조하지 않는 등 18개월이 지난 후에도 송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외국인보호위원회의 계속 보호 승인을 받아 추가로 18개월의 범위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최장 36개월(3년)까지 외국인을 보호시설에 가둘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

아울러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제66조 4항부터 17항까지를 새로 만들어 법무부 산하에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위원회가 외국인 보호에 대한 이의와 계속 보호 승인 등을 심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설되는 제63조 3항에서는 ‘보호해제된 사람을 다시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는데, 인권단체들은 “법무부가 보호소에서 풀려난 외국인을 다시 가두면서 보호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기산하도록 해 장기보호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재보호하는 꼼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필요하면 3년이 넘도록 가둘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헌재 판단이 형해화한다는 지적이다.

국제 기준에서 보더라도 퇴거집행을 준비하는 보호기간으로 18개월은 지나치게 길다. 외국인의 구금 상한을 정한 국외 주요 국가들을 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120일, 대만 100일, 이스라엘 90일, 프랑스 90일을 구금 상한으로 정하고 있다.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정부 개정안이 통과돼 해당 위원회가 법무부 산하에 설립되면 심사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관할 지방법원이나 법무부 외부의 독립적인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헌재가 해당 법률에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밝혔던 핵심적인 문제가 ‘적법절차원칙’이었는데 법무부의 개정안은 형식적으로만 절차를 갖추고 해오던 대로 이주민을 보호소에 가두겠다는 것”이라며 “기존에도 ‘외국인 장기보호 심의위’는 존재하지만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황으로, 헌재의 결정 취지를 고려하면 피보호인의 의사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원의 재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장 100일 이내, 법원이 심사해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민사회·학계·법조계의 이러한 의견을 듣고 2024년 9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이주민의 외국인보호소 수용기간을 20일 이내로 제한하고, 20일 이상 시설에 수용할 경우 관할 지방법원 판사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판사의 허가를 받더라도 보호기간을 40일 이내의 범위에서 두 차례만 연장할 수 있게 해 총 보호일수가 100일이 넘지 못하게 했다. 외국인보호 시설에 수용된 이주민이 이의를 제기하는 대상 역시 법무부 장관에서 관할법원 판사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박 의원은 한겨레21에 “현재의 제도가 인신구속함에 있어 의견제출 기회도 전혀 보장하지 않는 만큼 국제적 기준이나 국외 인권선진국 수준으로 법,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법무부의 개정안과 박 의원의 개정안까지 더 논의한 뒤 법 개정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이한재 변호사는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기본권 기준, 국제적 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법무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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