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낙하산 사장’ 논란, 과거엔 사과라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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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시민단체는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대통령 측근이 한국방송 사장이 되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4월2일치 조선일보는 전날 서 사장이 지명관 한국방송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방송 쪽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보도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한국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내리꽂는 일이 많았다고? 설혹 그렇다 쳐도 들통나면 사과하고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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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3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자 박권상 한국방송(KBS) 사장은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놓은 상태에서 3월10일 사표를 제출했다. 전국 3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한국방송 노동조합이 꾸린 사장공동추천위원회는 같은달 19일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이형모 전 한국방송 부사장, 정연주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을 후임 사장 후보로 추천했으나 22일 한국방송 이사회는 노 대통령 후보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임명제청했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와 피디(PD)협회 등도 반대 성명을 냈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대통령 측근이 한국방송 사장이 되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5일 임명을 강행했고, 서 사장은 28일 노조의 출근 저지를 뚫고 회사에 진입했다.
4월2일치 조선일보는 전날 서 사장이 지명관 한국방송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방송 쪽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보도했다.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당초의 주장을 뒤엎는 것이었다.
따가운 여론 속에 서 사장은 사표를 냈다. 노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을 통해 “서씨를 추천한 건 사실이지만 노조와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한다는 말을 듣고 거둬들였다”고 해명하며 “개입한 일 없다고 말해놓고 거짓말한 것 같아 낯이 뜨겁다”고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이틀 뒤 사표를 수리했고, 후임으로 정연주 사장을 임명했다.
#2.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08년 8월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한 직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청와대 정정길 비서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한국방송의 유재천 이사장, 김은구 사우회장 등을 만나 후임 사장 인선을 논의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김 사우회장은 사장 공모에 응한 5명 중 한명이어서 청와대 개입 의혹을 불렀다. 이 대변인은 “여론 수렴을 위한 자리였을 뿐 후임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적 없다”면서도 “오해를 빚을 소지가 있다”고 사과했다. 최 위원장도 국회에서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파문의 영향으로 김은구 후보 대신 이병순 케이비에스비즈니스 사장이 후임으로 낙점됐다.
#3. 지난 19일 박장범 한국방송 사장 후보자를 상대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방송 이사회의 사장 후보 면접 전날 박민 현 사장이 용산(대통령실)으로부터 교체를 통보받았다고 얘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그 말을 전해 들었다는 사람도 여러명인 데다 이사회가 박장범 후보 제청안을 의결한 정황과도 맞아떨어진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마저 무시한 채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침해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아무런 고민이나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시한이 끝나자마자 토요일인 23일 아침 서둘러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처럼 중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된다. 정파적 이유로 언론이 진상 규명과 비판에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는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이 비판에 나섰다. 21년 전 조선일보는 두차례나 사설까지 실어 공영방송의 독립을 외쳤다.
과거 정권에서도 한국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내리꽂는 일이 많았다고? 설혹 그렇다 쳐도 들통나면 사과하고 철회했다.
이희용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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