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집주인·세입자 다 죽어요"…임대인 반발 터져 나온 이유

김효정 기자 2024. 11. 2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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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효식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기준 강화를 예고하면서 빌라 전세시장에 다시 한 번 혼란이 예상된다. 이른바 '126% 룰'을 더 낮춰 가입 문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인데, 갑작스러운 기준 강화로 역전세가 증가할 우려가 제기되는 데다 전세보증금을 추가로 낮춰야 하는 임대인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실에 '전세보증 근본적 개선대책'을 제출했다. 현행 90%인 담보인정비율을 80%로 추가 하향한다는 게 골자다. 무리한 전세보증으로 손실이 커지자 보증 기준을 강화해 보증사고를 줄이겠다는계획이다. 방안이 시행되면 전세보증 가입 한도는 공시가격의 126%에서 112%로 더 낮아진다.
무리한 전세보증이 재정난 불렀다…보증 문턱 높이는 HUG
현재 전세보증 가입 한도는 공시가격의 126% 이내다. 가입 한도는 빌라 시세를 공시가격의 140%로 산정한 뒤, 여기에 담보인정비율(90%)을 곱해 계산한다. 기존 조건은 공시가격의 150% 이내였지만 정부는 전세보증을 활용한 무자본 갭투자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5월 기준을 강화했다. '126% 룰'이 등장한 배경이다.

그러나 HUG의 대위변제액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손명수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4415억원이었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으로 점차 늘어나다 지난해 3조5544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대위변재 금액은 2조7000억원으로 월 평균 3425억원 꼴이다. 현 추세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금은 4조1000억원에 이른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대위변제액은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2022년 4087억원의 적자를 낸 HUG는 대위변제액이 폭증한 지난해 3조859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무리한 전세보증이 국고를 고갈시키고 전세사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HUG는 담보대상비율을 80%로 하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HUG에 따르면 전체 보증 사고금액 중 부채비율 80% 초과 구간의 사고율이 84.6%에 달한다.
"126% 룰도 겨우 맞췄는데…집주인, 세입자 다 죽이는 정책"
HUG의 보증기준 강화 방침에 임대인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현재 빌라 전세시장은 '126% 룰'에 맞춰 가격이 굳어진 상태다. 보증 가입 한도를 강화하면 전세가격을 공시가격 112%에 맞춰 낮출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1억원 빌라의 경우 보증금을 기존 1억2600만원에서 1억1200만원으로 낮춰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더 낮은 보증금으로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만큼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한 임대인은 "비아파트 공시가격이 시세에 비해 굉장히 낮은데도 불구하고 126% 룰을 도입하면서 이미 수많은 선량한 임대인들이 파산 직전"이라며 "이를 112%로 더 강화한다면 역전세를 감당 못하는 임대인이 더 늘어나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못 돌려 받는 환경이 돼 임대인과 임차인을 다 죽이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임대인연합 강희창 대표는 "보증 가입 한도를 112%로 강화할 경우 역전세 해당하는 집이 10곳 중 7곳은 될 것이고 이 중 절반이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HUG 자본을 투입하거나 경매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HUG와 임대인, 세입자가 모두 힘들어지는일인데 과연 누구를 위한 방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임대인들은 지난해 5월 '126% 룰' 도입 후 겨우 자금을 마련해 1년 반을 버틴 사람들인데 여기서 보증 요건을 더 강화한다고 하니 임대인들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전세보증을 악용한 일부 전세사기범들 때문에 선량한 임대인까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소한의 퇴로나 보호장치는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HUG 관계자는 "전세보증 담보인정비율 추가 하향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라며 "전세보증 악용을 막기 위한 여러 개선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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