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협회, 선수 아닌 돈만 생각” 일본판 안세영의 작심발언 [방구석 도쿄통신]
日남자농구 간판 하치무라 “협회 목적, 대표팀 발전 아닌 돈”
협회, 올림픽 직전 평가전 잡고 조별리그 전패한 감독 계약 연장해
그럼에도 “방침 안 바꾼다”며 논란 일축… 농구팬들 분노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일본 내면 풍경, 살림, 2014
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방구석 도쿄통신’,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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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는 일본 농구 스타 하치무라 루이(26)의 작심 발언이 일본에서 화제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일 일본농구협회(JBA)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를 제기한 여자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22)이 연상됩니다.
일본 도야마현 도야마시에서 일본인 어머니, 아프리카 베냉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하치무라는 키 203cm, 몸무게 104㎏의 거구를 앞세워 중학생 시절부터 청소년 농구 선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스물한 살이었던 2019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지명돼 워싱턴 위저즈 유니폼을 입었고, 지난해 NBA 초(超)인기 팀인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현재 멤피스 그리즐리스 소속 가와무라 유키와 함께 유이(唯二)한 일본인 NBA 플레이어입니다.
하치무라는 2013년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 U16(16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처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고, 2018년 6월 일본·한국 평가전에서 성인 대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본국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과 올해 파리올림픽에도 연달아 일본 대표로 선발돼 간판 포워드로 활약했습니다.
그런 하치무라가 자국 대표팀을 향해 직격 발언을 한 건 지난 14일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날 NBA 리그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 앞에 선 루이는 대뜸 “밝히기 어렵지만 일본농구협회는 대표팀 성장이 아닌 돈벌이에 목적을 더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치무라의 이런 발언은 앞서 지난 7월 파리올림픽 개막이 목전이었던 때 치러진 일본·한국의 남자 농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당시 두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두 차례나 평가전을 치렀는데요. 협회가 선수단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화제성만 의식해 이런 경기를 잡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하치무라는 사전에 컨디션 난조로 출전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으나, 협회가 티켓 판매를 늘리려 자신의 불참 발표를 보류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치무라는 또 최근 계약이 4년 연장된 톰 호바스(57) 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을 향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 일본 대표팀엔 수준에 걸맞은 코치가 필요하다”며 호바스 감독의 역량에 직접적인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일본의 톱 플레이어들을 파악하고 있고 남자 프로 농구에서도 활약한 적 있는 사람이 감독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농구 대표팀 감독으로 은메달이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호바스는 이후 남자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됐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2022년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FIBA(국제농구연맹) 남자농구 아시아컵에서 7위에 그쳤고, 하치무라를 포함해 역대 최강으로 평가된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파리올림픽에선 조별리그 3연패란 굴욕을 맛봤습니다.
그럼에도 일본농구협회가 지난 7일 호바스 감독과 4년 연장 계약을 하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입니다. 하치무라는 “이런 식(호바스 감독 계약 연장)이어서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협회는 감독 계약 연장을 놓고 타 대표팀 선수들과 일일이 상의하면서도, 하치무라에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전해졌습니다. “나는 일본 대표 일원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노력했고, 현재도 큰 역할을 맡아 뛰고 있다. 그럼에도 감독 계약을 정하는데 (나와)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했다”는 것이 하치무라의 설명입니다.
그의 작심 발언들을 놓고 현지 농구팬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할 말 잘했다” “하치무라 말처럼 협회는 돈보다 대표팀의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며 두둔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농구협회는 지난 20일 논란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하치무라는 일본 농구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수다. 그와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 있던 것 같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호바스 감독 체제로 2028 LA 올림픽을 준비하겠단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치무라는 소극적인 협회의 대응을 두고 23일 “(협회가) ‘플레이어 퍼스트(선수 우선)’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들이 정말 일본 농구의 발전을 위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대표팀은 아이들이 보고 ‘나도 농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런 팀에선 뛰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명실상부 현 일본 남자 농구 대표팀 최고 에이스인 하치무라가 국가대표 은퇴 가능성까지 시사한 거죠.
하치무라는 이어 호바스 감독에 대해 “훈련 방법, 작전 미팅 등을 보면 세계적 수준과 거리가 멀다. 일본농구협회 간부들은 ‘세계적 수준의 코치를 뽑았다’고 하지만, 애초에 그들이 세계무대를 본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바스는) 일본 여자 농구에서 호성적을 냈다지만 남자와 여자 농구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대표팀이 지금까지 낸 (좋은) 성적은 감독 덕분이 아닌 우리 젊은 세대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고 다시금 공개 저격했습니다.
일본농구협회는 쏟아지는 취재 요청에도 지난 25일 “현시점에서 협회가 낼 수 있는 대응은 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지 스포츠 전문 매체인 넘버웹이 지난 26일 적시에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이미 호바스 감독 체제로 LA 올림픽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 상황에 이제 와 감독을 교체하긴 어렵다. 반대로 일본 톱 플레이어인 하치무라가 이탈하는 것도 대표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앞으로 재능 있는 일본인 선수가 더 많이 NBA 프로 무대에 진출할 텐데, 협회 방식에 의견을 낼 때마다 계속 (선수를) 잘라낼 것인가. 젊은 선수들이 세계무대를 익히고 있는 지금 협회도 조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스포츠 저널리스트 츠다 토시키(津田俊樹)는 같은 날 닛칸겐다이에 “하치무라 선수의 (과격한) 발언도 문제 소지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츠야 유쿄(三屋裕子) 일본농구협회 회장이 아무 발언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회장으로서) 급료를 받고 있는 이상 하치무라의 발언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거나 최소한 입장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억측이 억측을 부르고 불필요한 악소문이 생기고 만다”고 했습니다.
일본 대표팀은 지난 24일 하치무라의 결장 속 괌과의 예선에서 83-78로 승리, 내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치러지는 2025 FIBA 남자농구 아시아컵 본선 진출권을 따낸 첫 번째 팀이 됐습니다. 하치무라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앞세워 1971년 대회 이후 54년 만의 우승을 기대한 농구팬들은 그의 은퇴 시사 발언에 협회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입니다.
협회와 현 감독을 두 번이나 공개 저격한 하치무라가 다시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있을까요. 그는 직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은퇴 발언을 한 뒤 ‘속마음은 어떻냐’는 물음에 “물론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농구팬들의 시선은 이제 협회가 하치무라와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에 쏠립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64~65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데뷔 3년만 전국투어, J팝 신예 다음 목표는 ‘韓 진출’ ☞ 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1/13/BVLXSNO6TBED3LSMJBCWIKVS4I/
허벅지, 심장도 뚫는다… 발정기 사슴뿔 주의보 ☞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11/20/I63F6VMMJJFEFBF56RYGDPV5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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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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