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스폰서' 김한정 육성 공개 "강 실장, 국민의힘은 살리자"
뉴스타파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한정 회장과 '명태균 게이트' 사건의 핵심 제보자 강혜경 씨가 통화한 녹음파일을 다량 입수했다. 김 회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후보와 관련된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뉴스타파가 통화 녹취록 내용을 분석한 결과, 김 회장은 오세훈 시장의 후원자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명태균 게이트' 사건의 전말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김 회장은 강혜경 씨를 계속해서 설득하고 회유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경우, 윤석열 정권과 여당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예상을 한 걸로 보인다. 그는 강 씨에게 "국민의힘은 살리자"는 말을 반복했다. 이랬던 김 회장이 뉴스타파 보도 후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22일 뉴스타파는 김 회장이 강혜경 씨에게 3,300만 원을 쪼개기 입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오세훈 여론조사의 대가 중 일부였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침묵하던 김 회장은 보도 사흘 만에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어제(25일) 서울경제신문에 "강 씨가 지난달 갑자기 1,000만 원을 빌려 달라했다"면서 "요구를 거절하자 강 씨가 나와 오 시장과 관련된 폭로를 이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에 출석해 증언하던 강 씨가 돈을 빌려 달라고 연락한 것이 협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협박 당했다"는 김 회장, 정작 강혜경과 통화에서는 "청문회 스타 됐다. 만나자"
강혜경 씨는 지난달 28일, 김한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차용증을 쓰고 1천만 원만 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강 씨는 생활고 때문에 본인이 믿고 따랐던 김 회장에게 이 같은 부탁을 했다고 한다. 녹취록에서 강혜경 씨는 김 회장을 만나서 진실을 밝히는 방법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 했다. 혼자서 감당하기엔 벅차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 회장과 강 씨의 통화 내용은 '협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 회장은 지난 9월, 뉴스토마토가 보도를 시작하자 수시로 강 씨와 통화했다. 강 씨가 1천만 원 차용 부탁 문자를 보낸 당일에 녹음된 통화도 있다.
김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강 씨의 금전 차용 문자메시지에 대해 "그거 내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게 우리 강 실장님이 지금 핵심으로 떠올랐거든. 명태균 다음으로 핵심으로 떠올랐는데. 내가 이 글에 돈도 돈이지만은 행여 이게 우리가 뭐가 있는 것처럼 이렇게 비칠까 봐 내가 상당히 겁나"라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또, "예를 들어서 명태균이 쪽에서 알아도 그렇고 또 국민의힘 쪽에 알아도 내가 강 실장한테 잡혀갖고 약점 잡혀갖고 뭐 주고 이런 이상하게 돌아가면"이라면서 재차 난색을 표했다.
이날 통화에서 김 회장은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던 강 씨에게 "청문회 스타가 됐다"거나 "나도 스타가 좀 될까 싶어. 그래 갖고 저기 오빠가 윤통이다 이렇게 강 실장이 딱 잘라 얘기했잖아"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통화 말미에는 "한번 봅시다"라며 끊었다. 협박을 당했다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은 아니었다.
폭로 만류한 김 회장, 대통령 부부 녹음파일 존재 물은 뒤 "녹음 공개하면 위법"
지난달 18일, 김 회장은 강 씨에게 전화로 "근데 강 실장은 저기 저 위의 분들 녹취록 듣긴 했는데, (본인이) 녹취한 거 있나?"라고 물었다. 강 씨가 "없다"고 하자 "그거 아무도 없지?"라며 다시 물었다. 강 씨가 어떤 녹음파일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또 다른 통화에서 김 회장은 "그거 강실장, 그건 있더라"라면서 자신이 예전에 겪은 녹음파일 관련 일화를 소개하다가 "저기...상대방의 녹취록을 해갖고 남한테 들려주면 그게 법에 걸리더라"라면서 강 씨에게 겁을 주는 듯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경험은 통화 당사자가 아닌 제 3자가 몰래 녹음한 '도청'이었고, 강혜경 씨의 녹음파일은 모두 본인이 직접 등장하는 당사자 녹음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김 회장은 지속적으로 강 씨의 폭로를 막으려 노력했다.
김 회장은 "국민의힘은 살리자"란 말도 수차례 반복했다. 강 씨가 진실을 폭로하면 보수 전체가 궤멸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에 강 씨가 "근데 국민의힘은 살리는데,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안 될 것 같아요. 어떡해요, 저는"이라고 답하자 김 회장은 "야당이 얼마나 좋아하겠어"라며 걱정했다.
지난 9월 10일 통화에서 김 회장은 "강 실장 손에 달렸네?"라며 폭로를 만류했다. 녹취록 곳곳에 이와 비슷한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다음은 9월 10일 자 통화 녹취록 내용이다.
□김한정 : 강 실장 손에 달렸네?
■강혜경 : 그러네요. 그러니까 저는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좀 많이 이렇게 번거롭게 왔다갔다 하겠지만.
□김한정 : 강 실장, 내가 지금 누구보다도 강 실장이 제일 많이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뉴스)토마토도 매달리는데 이걸 누구 좋자고 하냐고 강 실장도. 뭔가 강 실장도 그게 있어야 될 거 아니야. 해결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의논을 해봐. 내가 나도 도와줄게. 강 실장
■강혜경 : 감사합니다. 말씀이라도 정말 힘이 돼요. 안 그래도 많이 생각 때문에 엄청 이렇게 몇 날 며칠 김영선하고 싸우고 나서. 일단 그런 둘의 비밀이라 해야 되나. 일을 하면서 저도 일단 속해 있잖아요.
이게 오픈됐을 때 다들 신랑이 걱정하는 게 혹시 니는 안 다치겠나? 일단 걱정하지 마라. 내 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할게. 이렇게 그냥 얘기를 하고 혼자서 계속 끙끙 앓은 거예요. 명태균한테 예전에는 이렇게 하나하나 일일이 보고하고 했는데 지금은 이미 이 사람하고 담을 쌓은 지도 오래됐고 의논할 가치도 없고. 이 사람이 지금 다니면서 제 욕을 제가 잘못한 건 1도 없는데도 제 욕을 하고 뒷담화 하고 다니는 거예요. 그러면서 약간의 분노 한계치가 지금 올라가 있고 일단 이 사람은 정말 나라 크게 봤을 때 나라를 망칠 사람이라 지금 여기서 덮어버리면 안 돼요.
- 김한정 회장-강혜경 씨 통화 녹취록(2024.9.10.)
"아니 근데 강 실장, 국민의 힘은 살려. 그러지 마"
김 회장은 강 씨가 모든 걸 폭로하면 국민의힘이 해체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 힘은 살려. 그러지 마"라거나 "명태균이를 죽여야지. 우리가 국민의힘까지는 죽일 수는 없는 거 아니야"라면서 강 씨를 적극 만류했다. 김 회장은 명태균 녹음파일의 폭발력도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녹음파일이 공개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녹취록 곳곳에 명태균 씨와 관계를 맺은 정치인들의 실명이 등장한다. 명태균에게 줄을 서거나 금품을 상납한 현직 국회의원들의 이름도 여럿 나온다. 명태균과 그만큼 가까웠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내용들로 보인다.
오 시장은 오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기자설명회에서 "(김한정 회장은) 이전부터 저를 후원하던 분이었고, 무상급식 당시 '이런 식의 포퓰리즘 무상급식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인 분"이라며 "당시 제가 고맙다고 전화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분은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저와 인연을 맺어 이득을 염두에 두고 후원하는 분이 아니"고 "3,300만원을 보냈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고, 이분이 사고를 치셨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연락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보한 김한정-강혜경 녹취록에는 오 시장의 해명을 뒤집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또 김 회장은 명태균 씨가 조작된 여론조사를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그리고 대통령 부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줄 핵심 인물 중 하나로 떠오른 김한정 회장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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