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비 오면 안 보이는 차선…부실 시공 때문?

고민주 2024. 11. 2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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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요즘처럼 밤에 비가 내릴 때 운전하다 보면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 있으실 텐데요.

KBS가 도색한 차선의 밝기를 실제로 측정해 봤더니, 부실 시공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민주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00도로.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이 되자, 가로등이 있어도 노란색 중앙선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운전자 : "이거 사고 나겠는데? 너무 안 보인다 여기."]

시내 상황도 마찬가지, 주변에 불빛이 많지만 하얀색 점선 차선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송은미/제주시 아라동 : "노면이 비에 젖어있잖아요. 그게 약간 빛 반사돼서 안 보인다 해야 하나. 그냥 도로 노면이 잘 안 보여요."]

야간 빗길에 차선이 잘 안 보이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차선 도색 공사를 한 1100도로 차선의 밝기를 측정해 봤습니다.

측정기에 뜨는 수치는 80밀리 칸델라.

도색 1년여 만에 준공 기준 150밀리 칸델라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재도색이 필요한 기준인 70밀리 칸델라를 겨우 넘습니다.

자동차 불빛에 반짝거려 운전자들이 차선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유리알을 페인트에 섞어서 쓰는데 양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선을 도색한 업체는 관행적인 불법 하도급으로 공사비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도장 면허가 있는 업체들이 공공 발주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내고 공사비 30%를 뗀 뒤 전체 하도급으로 전문 업체에 시공을 맡겼다는 겁니다.

[차선 도색 시공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몇십 년 전부터, 불법 하도급이 되는 거예요. (입찰 된 업체가 공사비) 70%는 우리한테 주고. (공사비) 더 낮게 하는 업체도 있어요. (원래 공사비에서) 70% 이하로 하는 업체도 있다고."]

경찰은 불법 하도급으로 부실 시공이 이뤄졌다고 보고 최근 차선 도색 업체 4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또, 관급자재가 아닌 저렴한 페인트를 썼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서경환

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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