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살 아니고 진짜 심각해요"…서울 종로 '충격 근황' [현장+]

신현보/김영리 2024. 11. 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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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월 외식업 폐업 1위 종로
내수 침체에 外 수요 이탈까지
젊은 층 몰리는 거리도 폐업 ↑
창신동 완구거리 곳곳에 붙은 임대 딱지들. /사진=김영리 기자

"자영업자들이 엄살 부리는 게 아니에요. 진짜 심각해요."

24년째 종로구 창신골목시장에서 한식집을 운영 중인 70대 업주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히려 "코로나19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4인 이상 못 모이게 할 때보다 더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10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종로구 외식업 폐업이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종로구는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론 직장인 부대, 종로와 혜화를 중심으론 학생층과 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가 오간다. 최근에는 동대문과 경복궁 일대에선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늘었지만, 내수 침체의 늪을 벗어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 폐업 1000건 쏟아진 건 처음

26일 한경닷컴이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에서 1~10월 서울시 외식(일반+휴게 음식점)업 폐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종로구가 전년 동기 대비 187%(391건→1124건) 급증해 서울에서 폐업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으로 집계됐다. 2위인 마포구(51%)와 비교해 3배 넘는 증가율이다. 지난해 1위었던 중구는 올해 폐업이 오히려 줄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종로구 외식업 폐업 건수는 통상 300~400건에서 움직이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500건 가까이 오르지만, 올해처럼 1000건을 넘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신기록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발생했던 1999년 729건이다. 그 전후로도 앞자리가 '5'를 기록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2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처음으로 1000건을 넘긴 것이다. 개업 건수는 뒤에서 4번째로 최하위권에 속해 경기 순환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늠할 수 있다.

광화문부터 종로, 동대문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이 섞여 과거에는 기본적인 수요가 탄탄했던 종로지만, 더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종로구에서도 폐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곳 중 하나는 창신동이다. 많아야 연간 폐업이 20~30건 정도인데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오른 83건을 기록했다. 창신동 일대는 저출생 기조로 문구·완구시장이, 내수 침체로 봉제거리 등에서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탓으로 파악된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실제 지난 19일 오후 찾은 창신동 일대는 텅 빈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폐업한 가게가 눈에 띄었다. 70대 점주 A씨는 "요즘에는 예약은커녕 저녁 영업시간에 손님 자체가 없다"며 "요즘 국내 봉제 공장들도 업황이 안 좋다더라. 저녁에 삼겹살 구울 기분이 나겠냐"고 말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매출이 딱 반토막 난 상황"이라면서 "주변 상인분들이 오시는데 늘 (업황이) 안 좋다는 말만 하신다"고 푸념했다.

동묘앞역 대로변의 1000원 빵집도 불경기를 체감한다고 토로했다. 이 가게에서 8개월째 근무하고 있다는 50대 직원은 "요즘에는 사람들이 1000원짜리 빵도 망설이며 산다"며 "한달여전부터 원래 팔리던 것의 반토막밖에 안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도 4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초저가 빵집도 이런데 식당은 오죽하겠냐"고 반문했다.

골목식당 초입에서 호떡 등을 판매하는 한 업주는 "주변 상인분들이 점심값 아끼려고 도시락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젊은이들 거리도 폐업 급증

창신동 골목 비어있는 식당 상가. /사진=김영리 기자


숭인동, 동숭동, 관철동, 청진동 등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배씩 폐업이 급증했다. 특히 혜화역 인근인 동숭동과 종각역 아래 '종각 젊음의 거리'가 위치한 관철동 등에서 폐업이 급증하는 이유는 학생 등 젊은 층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진단이 나온다.

종로에서 폐업이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수 침체와 전통적인 상권의 하락세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도심 공동화 현상이 많이 진행되면서 신흥 상권으로 유동 인구가 유출된 게 원인으로 보인다"며 "과거 깃발 관광 형태로 관광하던 외국인들은 사라졌다. 이제는 개인 관광이나 작은 그룹으로 관광이 이뤄지면서 오히려 외국인들이 종로가 아니라 성수동 등 한국에서 소위 '힙'한 곳으로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신현보/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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