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법 앞에 평등한 ‘중대재해 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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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하며,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모호성 제거'와 '법 앞의 평등' 두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규정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의 9가지 항목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침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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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노동자의 죽음’(Workingman’s Death, 2005)은 좁은 탄광에서 엎드려 일하며 식사를 해야 하는 광부들, 유독가스 속에서 보호 장비 없이 유황을 채취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끔찍한 환경에서 일하는 도축업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 작품은 처절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었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홀로 맞서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질문을 던진다. “만약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이들의 상황은 달라졌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하며,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을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한다.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의 안전은 여전히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 수는 13만 6796명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작업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법 하나만으로 모든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는 없다. 이 법의 핵심 취지인 ‘생명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깊이 되새길 때다.
지난 10월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다. 처벌 대상은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되었으며, 대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법을 준수한 경영책임자는 면책되었고, 안전보건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경우에도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드라마 ‘악마 판사’에서 판사가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믿습니까? 저는 믿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법무 장관의 아들에게 ‘태형’을 선고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으로 법을 적용함으로써 진정한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모호성 제거’와 ‘법 앞의 평등’ 두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법 조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하고, 적용 대상 간의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규정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의 9가지 항목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침서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모호한 규정은 경영책임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명확한 중대재해 예방 수칙과 업무 범위를 제시하지 못해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유사 사건에서 법원의 판결이 일관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안전 및 보건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핵심적으로 강조하는 ‘위험성 평가’(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는 특히 중요한 항목이다. 대기업은 환경·안전·보건팀을 통해 이를 비교적 잘 이행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약 80%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례 27건 중 약 87%가 ‘위험성 평가’ 미이행을 주요 처벌 근거로 삼고 있다. 따라서, 위험성 평가의 정착과 적절성 확보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위험성 평가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과 함께 안전관리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확대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생명을 지키는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공동 책임이다. 안전하게 하루 일을 마치고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이며 사랑과 행복, 그리고 평화로 가는 길이다. 모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안전 속에서 행복과 평화를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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