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에 불 지른 20대 자폐인…“책임져라” 부모 월급 가압류
[앵커]
쓰레기장에 불을 질러 구속된 20대 자폐인의 부모가 화재 보험사로부터 3억 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했습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이 저지른 범죄의 책임을 부모에게 물을 수 있느냐가 쟁점인데, 부모 책임이 인정될 경우 장애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진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지하 쓰레기장 곳곳에 시커먼 그을음이 남아 있습니다.
입주민인 25살 자폐인의 방화 흔적입니다.
불을 낸 자폐인은 방화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아버지 김상현 씨에게는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화재보험사가 김 씨 부부에게 피해 보상에 대한 구상금 3억 원을 청구한 겁니다.
청구 금액은 앞으로 수억 원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예고와 함께, 김 씨의 월급과 아내 명의 집도 가압류됐습니다.
[김상현/자폐장애인 아버지 : "이런 일이 막 생기다 보니까 이래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다 동반 자살 하나 보다 이런 생각도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소송 제기 근거는 정신질환자의 '보호 의무자' 규정.
김 씨 부부에게 자폐장애인 아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는 게 보험사 측 주장입니다.
반면 김 씨 측은 성인인 아들의 범행을 두고, 부모에게 '보호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하다고 호소합니다.
[최정규/변호사/자폐장애인 부모 대리인 : "범행을 하면 그 장애인이 책임을 지는 거죠, 당연히. 부모에게까지 그 책임을 만약에 지운다면, 사실상 (장애인을) 감금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돼 버리는 거죠."]
발달장애인 부모 등 장애계에서는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며, 소송 추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백선영/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 : "항상 사회 속에서 죄인으로만 살아왔던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 또 그 가족들에게 이건 죽으라는 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본안 소송에 앞서 법원은, 자폐인 아들의 책임 능력과 실제 손해액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월급 가압류를 취소했습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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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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