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단지, 만든다? 안만든다?···1기 신도시 ‘이주대책’은 안갯속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에 나설 선도지구가 이번주 발표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당장 2년 뒤부터 수도권에서만 매년 2만~3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주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지에 대해선 정부도 지자체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건 ‘2027년 이주·착공’ 일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크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선도지구 주민들을 먼저 이주시키고 해당 구역에 신규주택을 건설해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순환형 정비’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는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관리처분계획을 거쳐 윤석열 정부 임기 내인 2027년 이주와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2030년 첫 입주가 목표다.
순환형 정비는 기존의 대규모 정비에 비해 사업 속도는 느리지만, 이주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해당 정비구역 인근에 이주 단지를 건설할 수 있는 용지 확보는 필수”(LH 토지주택연구원)다. 2000년 신림 2-1지구는 순환형 재개발 추진에 앞서 인근 공한지에 이주단지를 먼저 조성했다. 사업지구 내 건설된 임대주택은 이후 진행된 신림 1지구 이주단지로 활용됐다.
반면 선도지구 발표를 코 앞에 둔 지금도 1기 신도시 이주대책은 안갯속이다. 정부는 올 1월 “임대주택형 이주단지를 신도시당 1곳 이상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지난 6월 이주 단지 조성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그러다 두 달 뒤인 지난 8월에는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하고 신규 유휴부지를 활용한다는 ‘이주 대책’을 발표했다.
거듭되는 대책 발표에 시장에서는 ‘이주 단지 마련을 하겠다는건지 안 하겠다는건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유관 기관내 엇박자도 감지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당 오리역 인근 LH사옥 등을 이주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성남시와 협의중”이라고 발언했는데, 이후 LH와 성남시가 동시에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반박자료를 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별도의 이주단지를 조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주만을 목적으로 한 영속적인 단지를 짓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지난 5월부터 국토부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했다. 1기 신도시 인근에 주택공급을 늘려 이주 수요에 자연스럽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1기 신도시 내에 주택을 지을만한 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선도지구 물량이 8000가구로 가장 많은 분당신도시에서 특히 이런 문제가 두드러진다. 성남시는 3㎢ 규모의 시가화 예정 용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원도심 개발 사업을 위한 이주용으로 활용하기에도 부족하다. 영구임대 재건축 역시 기존 입주민들의 이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급과 이주 시기를 자연스럽게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2009년 시작된 성남 2단계 순환 재정비 과정에서는 판교 신도시에 공급된 주민 이주용 임대주택이 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4년 이상 빈 집 상태로 남겨지기도 했다.
국토부는 선도지구 발표 이후 이주 수요와 공급 예정 물량을 계산한 결과를 포함해 구체적인 이주 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부터 신축 주택을 짓는다 해도 인허가 이후 3~5년은 족히 걸린다”며 “이를 통해 2년 뒤 발생할 이주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내년부터 주택공급량 감소가 예정된 상황이라 이주 수요 발생 시 시장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며 “지자체가 인허가 물량을 제한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지만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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