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멕시코 생산 15만대 직격탄···현대위아 HEV엔진도 사정권

구경우 기자 2024. 11. 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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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폭격]
◆ 현지 진출기업 초비상
기아, 생산 물량 60% 美에 수출
25% 관세 부과땐 가격경쟁력 추락
현대위아 HEV엔진 수주 빨간불
현지 가전 생산 LG·삼성도 불안
"정부 보조금 등 맞대응 카드 시급"
지난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멕시코산 자동차를 겨냥해 “필요하다면 1000%의 관세도 부과할 것”이라고 한 엄포가 현실이 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표정이 얼어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 제품에 25%의 관세 폭탄을 얹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를 볼 때 관세 부과는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멕시코(1524억 달러 적자, 2023년)는 중국(2794억 달러 적자) 다음으로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이유다.

25%의 관세 부과 소식을 듣고 순식간에 얼어붙은 곳은 국내 자동차 업계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에서 대미 의존도가 50%를 넘어섰다. 트럼프가 보편관세(10%) 카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던 멕시코에도 관세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예고된 관세 폭격이 미칠 피해도 만만치 않다. 기아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아는 2016년 멕시코 페스케리아 지역에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멕시코에서 약 25만 대를 생산하고 있고 이 가운데 60%가량인 15만 대가 미국 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 트럼프가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으로 활황기를 맞은 하이브리드차(HEV) 시대를 대비하던 현대위아 역시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했다. 현대위아는 차량 부문 매출의 약 40%가 엔진 조립 사업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엔진 조립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돌파구는 북미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를 끌어올린 현대차·기아에 들어갈 하이브리드 엔진 수주였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하이브리드차에 사용되는 엔진을 전량 자체 제작하고 있지만 북미 판매가 늘어날 경우 현대위아에 위탁 생산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주행거리연장형하이브리드차(EREV) 모델 출시까지 예고하면서 현대위아의 멕시코 공장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25% 관세 폭탄 부과를 알리면서 하이브리드 엔진 수주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 전용 하이브리드 엔진마저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현대위아는 트럼프의 관세 폭격을 정면으로 맞는다.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BMW· GM 등에 납품하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같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거대한 북미 시장을 노리고 가전 공장을 지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좌불안석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서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LG전자는 TV와 냉장고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은 4년인 트럼프의 임기 때문에 대처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정권 후반기에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차기 대선을 위한 레이스를 시작한다. 몇 년 후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에 생산 시설을 짓거나 증설하기도 어렵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추가로 또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도 모른다”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고 말 그대로 ‘예의 주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도 현지 진출 기업들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다만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뾰족한 대책 마련도 힘든 상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관세 부과 발언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어떤 품목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관세를 부과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정부는 현지 진출한 기업들과 품목별 대책 회의를 비롯해 여러 대화 채널을 가동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로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지원은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을 때 연계돼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보조금을 비롯해 트럼프의 관세 장벽을 무너뜨릴 맞대응 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미국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장벽을 세우는데 우리만 넋 놓고 있을 순 없다”며 “보편관세 부과 등과 별개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조금 제도를 잘 설계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세종=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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