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스폰서' 김 회장 측근들, 서울시 산하기관 줄줄이 취업
오세훈 시장의 스폰서로 알려진 김 모 회장이 오세훈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뉴스타파 보도로 불거진 가운데, 김 회장이 운영한 사단법인 '공정과상생학교(이하 공생학교)' 이사진 대다수가 서울시 유관기관의 임원으로 취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의 취업은 오 시장이 2021년 4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오세훈 시장은 김 회장의 법인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곳은 오세훈 캠프 관계자들이 모인 정치 단체와 다름 없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강혜경 씨에게 건넨 3,300만 원이 오세훈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이었을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김 회장이 강혜경 씨 계좌로 총 3,3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처음 보도했다. (관련 보도 : 오세훈 최측근, 강혜경 계좌로 3300만 원 입금... "여론조사 비용 대납")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미래한국연구소는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번 실시했지만, 공식적인 비용 지불은 없었다.
김 회장의 '공생학교 '는 사실상 '오세훈 캠프'...이사진 5명 서울시 유관기관 취업
사단법인 공생학교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주된 사업 목적은 '인재 발굴 육성'과 '네트워크 구축'으로 다소 모호하다. 이곳의 이사진은 총 7명인데, 대부분 오세훈 캠프나 국민의힘 출신으로 확인된다. 각 이사들의 페이스북에는 오세훈 캠프 조직본부장, 오세훈 선거사무장, 오세훈 후보 선발대장 비서실 등 캠프 직함이 기재됐고, 일부는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출신이었다.
또한 2022년도 오 시장의 정치 후원금 리스트를 보면, 김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 3명이 개인 후원 최고액인 5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나온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공생학교 이사진 7명 중 5명이 오 시장 당선 후 서울시 출연 혹은 산하기관의 임원으로 취업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생학교 이사 5명이 취업한 기관과 직함은 서울의료원 이사, 서울교통공사 이사, 서울시설공단 복지경제본부장, 서울메트로환경 대표,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으로 확인된다. 이 중 서울의료원 이사는 서울시장의 승인이 필요한 자리다. 오 시장이 채용 사실을 알았을 확률이 높다.
이사진 7명 중 김 회장과 고인이 된 박모 씨를 제외한 이사진 전원이 서울기관 유관기관 임원이 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공생학교가 오세훈 시장의 비선 캠프가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명태균과 강혜경의 진술 일치... "오세훈 여론조사 비용 대납"
김 회장의 대납 의혹은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강 씨는 뉴스타파에 "김 회장이 오세훈 후보 당선을 위해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것이라고 말하며, 3,300만 원에 달하는 입금 내역을 제시했다. 미래한국연구소 계좌가 아닌 강 씨의 개인 계좌로 다섯 차례에 걸쳐 입금됐는데, 훗날의 정치자금법 문제를 의식했던 것 같다.
명태균 씨도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을 대납자로 지목했다. 아래는 명 씨의 관련 발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XX 10년 만에 만들어줬으면 감사하다 해야지 (서울시장) 되고 나서 김종인 배신해갖고 인사도 안 하고 김종인이 시킨 대로 했으면 서울시장 떨어진다는 개소리나 하고... 우리 보고는 돈 몇 푼 주고 XX 저거 보내라고 사람 보내고 앉아 있고 그게 사람이에요? 어? 울고 짜고. 아니 그 후원회장이 왔잖아? 후원회장이 돈 쓰는 사람이 후원회장 아니오? 김OO이 왔던데 먼지털이 하려고... "
- - 지난 10월 명태균 - 노컷뉴스 인터뷰(보도 : 2024.11.20.)
오세훈 측 "정상 절차에 따라 각자 임원된 것"...김 회장-강혜경 녹음파일이 핵심
오세훈 시장 측은 선거 승리에 대한 보은 성격의 채용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공생학교 이사진들이 서울시 산하기관 임원에 임명됐더라도 서울시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정상적 절차에 따라 각자 임원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오 시장이 2022년 12월 말 공생학교 이사장인 김 회장에게 강력하게 해산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요구로 공생학교가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생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에도 낙하산 성격의 취업은 계속됐다.
홍모 이사는 2023년 1월 서울시설공단 복지경제본부장에, 김모 이사는 2023년 8월 서울교통공사 이사로, 유모 이사는 2024년 5월 서울시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서울메트로환경 대표가 됐다. 모두 공생학교가 문을 닫은 시점 이후에 채용됐다. 이와 별개로 김 회장의 공생학교과 관련이 없다던 오세훈 시장이 무슨 자격으로 사단법인을 해산하라고 했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김 회장이 강혜경 씨에게 보낸 3,300만 원의 송금 내역 일체를 확보했다. 어제(25일) 강혜경 씨를 조사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을 했다고 한다. 강혜경 씨 측 법률 대리인 노영희 변호사는 "어제 오후에는 검사가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용역 발주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여론조사 및 명태균과의 관계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회장을 불러 오세훈 시장과의 관계, 금전 제공 이유, 공생학교의 성격 등에 대해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뉴스타파가 입수해 보도하고 있는 김 회장과 강혜경 씨의 통화 녹음파일도 전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김 회장과 오세훈 시장의 반박을 뒤집을 수 있는 대화 내용이 상당수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 대납 의혹을 밝힐 핵심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이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