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의 재치있는 MVP 수상 소감 “그런 날 있잖아요…저는 팬 땜시 살았습니다”[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4. 11. 26. 15: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쏠뱅크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4.11.26 권도현 기자



KIA 김도영은 KBO리그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흰색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비단 옷차림 뿐만이 아니더라도 김도영은 행사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였다.

예상대로 김도영은 올시즌 가장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김도영은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시상식에서 MVP의 영예를 안았다. 기자단 투표 101표 중 95표를 획득했다.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표심을 획득했다.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한 것은 1982년 OB 박철순이 유일하다. 그러나 만 21세 1개월 24일의 나이로 야수 최연소 MVP라는 타이틀은 획득했다.

김도영은 올시즌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40도루를 기록했다.

득점 1위(143득점), 장타율 1위(0.647) 등 선두 자리를 꿰찼고 이밖에 타율 3위, 홈런 2위, 안타 3위(189안타), 출루율 3위(0.420) 등 타격 전 부문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에는 한 달 동안 홈런 10개와 도루 14개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전반기 81경기에서만 23홈런, 26도루를 달성하며 ‘20-20 클럽’ 가입을 확정했다. 전반기 20-20 달성은 KBO에서 지금까지 5번만 나온 희귀한 기록이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쏠뱅크 KBO 시상식에서 타자부문 장타율·득점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4.11.26 권도현 기자



지난 7월 23일 광주 NC전에서는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순서대로 쳐내 이른바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1996년 4월 14일 한화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김응국이 최초로 이 기록의 주인공이 된 뒤 28년 만이다. 당시 김응국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을 당했고, 다음 타석부터 2루타-3루타-홈런을 차례로 기록했다. 김도영은 단 4타석 만에 이를 해냈다.

김도영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할 때 나이는 정확히 20세 9개월 21일. 2004년 한화 신종길(20세 8개월 2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사이클링 히트 달성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도영이 달성한 기록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계속 붙었다.

지난 8월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올 시즌 111경기 만에 KBO리그 역대 9번째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웠다. 20세 10개월 13일로 역대 최연소였고, 경기 수 역시 가장 적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박재홍이 세운 최연소 기록(22세 11개월 27일)과 2015년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의 최소경기 기록(112경기)을 동시에 갈아 치웠다.

김도영은 2015년 에릭 테임즈 외에는 아무도 달성하지 못했던 ‘40홈런-40도루’도 노렸다. 아쉽게도 홈런에서 2개가 부족했지만 김도영의 질주는 계속 이어졌다.

KIA는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김도영은 5경기 타율 0.235 1홈런 5타점 등으로 활약하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MVP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도영의 수상으로 KIA 는 2017년 양현종 이후 7년만에 MVP를 배출했다.

또한 김도영은 트로피와 함께 부상으로 The Kia EV9을 받는다.

수상 후 김도영은 “이렇게 큰 시상식에서 MVP라는 큰 상을 받게 되어서 더욱 영광스럽다”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표현했다. 특히 박기남 수비 코치에게는 따로 고마움으 표했다.

그는 “KIA가 통합우승을 한 해에 큰 상을 받게 되어서 영광이다. 앞으로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게 겸손한 자세로 운동하고 그리고 항상 느낌표가 될 수 있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날 있잖아요”라며 운을 떼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의 SNS에 올린 문구로 ‘밈’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차 있는 그런날들이”라며 “누가 해준말이 기억에 남는다. ‘너를 믿어라, 그리고 나중에 누군가는 너를 보며 위안을 얻을 것’이라고. 그런 날들이 항상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저를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표했다.

김도영은 “마지막으로 입단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함성 소리로 응원해주시고 믿음으로 응원해주시는 KIA 팬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단말 드린다”며 “저는 팬 땜시 살았습니다”라고 ‘도영아 너땜시 살어야’를 패러디했다.

스스로 점수를 100점 만점에 80점을 준 김도영은 “20점은 수비에서 깎였다”라고 했다.

바쁜 비시즌을 보내고 잇는 그는 “시즌 치르면서 가족들이랑 시간 많이 못 보낸거 같은데 가족들과 올해도 작년같이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저에게 선물은 그렇게 여행가는게 선물이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김도영의 시대’를 칭하는 말에 대해서는 “시즌 초반이나 입단할 때 정신 많이 없었어서 유명해 질거란 생각도 못했다. 조금 야구를 시즌 중반에 괜찮게 하면서 기사에 많이 나왔다. ‘이런 선수들이 한국 야구를 이끌어가야하고 발전을 시켜야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돌았어서 그런 이야기에 보답을 하려고 야구장에서도 오바하고 밖에서도 조금 더 이슈되는 행동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먹더라도 한국야구 발전할 수 있게 이끌어나가고 싶다.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겸손하게 야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