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처리 앞둔 ‘AI 기본법’…시민단체는 ‘졸속’ 비판
‘인공지능(AI) 기본법’이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며 연내 제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민사회는 AI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법안이 ‘졸속’ 처리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AI 관련 법률안 19건을 통합·조정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 등을 의결했다. 지난 21일 법안소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이날 큰 이견 없이 회의 시작 30분 만에 통과됐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까지 마치면 국내 최초 AI 법이 제정된다.
AI 기본법은 AI 산업 육성과 안전성 확보를 두 축으로 한다. 그중 우려가 제기된 AI 안전성 부분은 딥페이크를 막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결과물에 워터마크를 삽입하도록 하는 내용과 ‘고영향(고위험) AI’를 어떻게 규율할지에 대한 내용 등을 담았다.
법안에 따르면 AI 사업자는 이용자가 AI 기술로 합성 이미지·영상 등을 만들 때 AI 생성물임을 알리는 워터마크를 넣도록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안내할 의무를 진다. 또한 인간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과 관련한 AI 기술은 고영향 AI로 분류해 정부가 관련 사업자에 신뢰성·안전성 확보 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법을 위반했을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사실 조사에 나서 시정명령 및 최대 30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AI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법안이 미칠 영향력에 비해 논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9월 국회가 AI 기본법 공청회를 열었을 때는 법안이 6개에 불과했는데 두 달 만에 관련 법안이 십수개 늘어났음에도 논의에 할애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등 4개 시민단체는 이날 국회 앞에서 ‘AI 기본법 졸속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향 AI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 조항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남은 입법 절차에서 AI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민주주의에 끼칠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방위원장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성형 AI로 인한 인권침해 가능성 등 부작용과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민사회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며 “법 제정 이후에도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후속 입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선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안도 의결됐다. 단통법 폐지안은 이동통신 단말기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은 없애고,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하는 내용이다. 단말기 판매 사업자 간 적극적인 지원금 경쟁을 복원해 소비자 후생을 높인다는 취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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