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특허'에 주가 발목 잡혔다
회사 측 해명에도 반등 제한적
알테오젠이 특허침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최근 회사의 제형변경 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이 임상에서 우수한 결과를 냈으나 주가가 고개를 숙이면서다.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계 제약사 머크는 현지시간 19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한 약물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이 약물을 투여한 결과, 기존 정맥주사(IV)제형과 비교해 약효나 안전성이 뒤처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트루다는 지난 2014년 정맥주사제형으로 미국에서 처음 허가 받았으며 다양한 암종에 걸쳐 우수한 항암 효과를 내면서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250억1100만달러) 1위 의약품에 등극했다.
오는 2028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머크는 키트루다의 제형을 투약 편의성이 높은 피하주사제로 변경하고 있다. 여기에 알테오젠의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적용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부조직의 간극을 넓혀 약물이 혈액에 쉽게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원리로 제형변경에 주로 쓰인다.
긍정적인 임상결과에도 알테오젠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소식이 처음 알려진 20일 알테오젠의 주가는 전일 대비 6.7%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장중 최대 25.7%까지 빠졌다. 이후 주가는 사흘 연속(11월 20일~24일) 하락세를 띠었다.
발단이 된 것은 머크가 임상결과를 발표한 날, 글로벌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가 낸 보고서였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할로자임이 알테오젠으로부터 특허가 침해당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피하주사제형 변경기술을 가진 곳은 알테오젠과 할로자임밖에 없다.
이 가운데 머크가 지난 12일 할로자임의 피하주사제형 변경기술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분쟁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알테오젠은 지난 20일 자사의 홈페이지에 설명문을 게시한 데 이어 25일 주주서한을 통해 시장에서 우려하는 특허침해 소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날 서한에서 알테오젠은 "당사의 히알루로니다제는 파트너사들의 심도 깊은 특허 분석과 복수의 특허 전문 로펌을 고용해 독립적인 물질이자 알테오젠이 오롯이 특허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에 이슈가 점화된 키트루다SC 제형특허의 경우 백 개국 이상의 개별국에 특허 출원 및 등록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적재산권 확보가 중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최고의 역량을 가진 기업들과 특허 이슈를 클리어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며 할로자임과 특허분쟁의 소지가 없음을 사전에 철저하게 확인했다는 점을 재차 부각했다.
증권가도 이러한 입장에 힘을 실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 주 동안 알테오젠과 관련해 쏟아진 루머가 진실인 적이 없었다"며 "할로자임이 머크와 특허 무효 심판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키트루다SC 출시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알테오젠 주가는 25일 반등했다가 다음날 다시 고개를 숙였다. 할로자임이 아직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특허분쟁 이슈가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특허법인 소속의 한 변리사는 "알테오젠이 해외 특허 전문 로펌의 검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허권자의 판단은 이와 다를 수 있다"며 "검증만으로는 특허분쟁 이슈가 100%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워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할로자임은 알테오젠과 특허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 사안에 대해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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