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특검 추천권은 야당에만 줬는데···법무부 “김건희 특검 제3자 추천은 위헌”
법무부가 26일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한 ‘세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에 대해 “제3자 추천이라는 무늬만 갖추고 사실상 야당이 임명하는 특검”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 특검, 사실상 야당이 임명하겠단 것”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한 이날 법무부는 ‘반복 의결된 위헌적인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 의결’이라는 5쪽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안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을 추리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선임하도록 했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4명이 모두 부적격하다고 야당이 판단하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무부는 “야당이 원하는 후보자가 추천될 때까지 ‘무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제3자 추천이라는 무늬만 갖췄을 뿐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합의나 정부의 수용 없이 야당에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해 삼권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인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라며 “관련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대법원의 수장이 수사를 맡게 될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에서는 항소심까지 주가조작 혐의 유죄가 선고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또 법무부는 김 여사 등 수사대상을 고발한 야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권까지 행사하는 것은 “선수가 심판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건관계인이 검사와 판사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사법시스템의 기본 원칙”이라며 “주요 수사대상을 고발한 야당이 특검 후보 추천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해 객관성과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사법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특검법 수사대상을 14개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씨를 통한 국정농단 등 2개로 줄였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번 특검법 수사대상이 “이미 오랜 수사를 통해 결론이 도출”됐거나 “현재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 또는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라며 “특검제도의 본질인 보충성·예외성 원칙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여러 수사기관들의 이중수사뿐 아니라 표적수사, 별건수사, 과잉수사 소지가 다분하다”며 “특히 ‘상설특검 성격을 지닌 독립된 수사기관’이라며 야당 주도로 신설된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또한 최순실 특검(수사인원 105명, 수사기간 120일)과 비교해 수사기간이 50일 길고 수사인력도 50명 많아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반박’이 ‘반발’로 보이는 이유
하지만 법무부가 ‘위헌’이고 ‘사법시스템 붕괴 가능성’을 지적한 ‘야당의 특검 추천권 행사’는 앞서 여러 차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팀장이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드루킹 댓글 조작 특검, 내곡동 사저 특검은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여당의 특검 추천 권한을 배제했다.
수사 중인 사안이거나 이미 수사해 결론이 났기 때문에 특검을 해선 안 된다는 법무부의 주장도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반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다스(DAS)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수사하고 특검에서도 수사를 벌였으나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뒤 이 사건에 대해 세 번째 수사를 벌여 결국 2018년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최순실 특검은 수사를 진행 중이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중간에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법무부는 “이번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인권보장과 헌법수호 책무 및 위헌적 법률을 방지할 의무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는 방식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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