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아프리카서 잇단 정권교체 눈길
경제난에 정권심판 대륙 확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아프리카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한해 아프리카 20여개 국가에서 대선, 총선 등 전국적 선거가 줄을 잇고 있는데 일부 국가의 정권 교체는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남아프리카 보츠와나 총선에서는 예상을 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당이었던 보츠와나민주당(BDP)이 참패하면서 1966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58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보츠와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야당 '민주적 변화를 위한 우산당(UDC)'이 의회 61석의 과반을 확보해 승리했다고 발표했고 연임을 노렸던 BDP의 모퀘에치 마시시 대통령은 패배를 빠르게 인정했다.
지난 8일 취임한 두마 보코 신임 보츠와나 대통령은 다이아몬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산업용 대마초 재배와 태양광 발전으로 다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27%까지 상승한 실업률 등 경제난이 총선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10일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치러진 총선에서는 야당연합 '변화를 위한 동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연임에 도전한 프라빈드 저그노트 전 총리는 높아진 생활비와 총선 직전 터진 도청 스캔들로 고배를 마셨다.
또 지난 13일 아프리카의 미승인 국가 소말릴란드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제1야당인 와다니당의 압디라흐만 무함마드 압둘라히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압둘라히 후보는 민주개혁과 사회통합, 경제회복,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의 선거 결과에도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 17일 치러진 총선에서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대통령의 집권 정당인 파스테프(PASTEF)가 의회 전체 165석 중 13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앞서 파예 대통령은 올해 3월 실시된 서아프리카 세네갈 대선에 야권후보로 나와 정권 교체를 이뤘다.
44세인 그는 가짜뉴스 유포 등의 혐의로 구금됐다가 석방된 지 불과 19일 만에 세네갈 최연소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사법기관인 헌법위원회가 대통령의 대선연기 발표를 위헌으로 판결하는 등 민주적 선거절차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정권교체는 아니지만 과거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올해 5월 총선에서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단독 집권이 30년 만에 막을 내렸다.
ANC가 제1야당인 민주동맹(DA) 등과 연정을 구성한 끝에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될 수 있었다.
보츠와나, 세네갈, 모리셔스, 남아공 등은 아프리카에서 민주화가 진전된 국가로 꼽히고 이들 국가에서 치러진 선거들은 직접적인 상호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권력이 복수 정당으로 분산되는 현상은 민주주의가 한단계 성장하는 데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결과의 이면에는 높은 실업률 등 경제난에 분노한 민심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이 과거보다 투표라는 공식적 정치행위를 통해 정권심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교체는 민주주의 공고화의 중요한 요소인데 아프리카에서는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나라들이 꽤 있다"며 "보츠와나 등 일부 국가에서 유권자들이 선거로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배운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부 국가의 정권교체가 올해 남은 다른 아프리카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간다.
아프리카에서도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정치·사회 정보가 국경을 넘어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이다.
당장 27일 남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실시될 대선에서 집권당 남서아프리카인민당(SWAPO) 후보 네툼보 난디-은다이트와 부통령이 패할 경우 3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
다음 달 7일 서아프리카 가나에서 열릴 대선에서는 생활고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집권당 신애국당(NPP) 후보 마하무두 바우미아 부통령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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