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가습기 틀면 난방비 아낀다?! 난방비 절약 팩트체크!

장정우 2024. 11. 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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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준비한 팩트체크 주제는 '난방비 아끼는 방법' 인데요. 겨울철로 접어드는만큼 난방비 아끼는 법에 대한 콘텐츠를 여기저기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난방비 아끼는 방법에 사실과 다른 것들이 많이 섞여 있다면서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겨울이 되면 워낙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게 난방비 아끼는 법인데요. 관심이 쏠리는 주제인 만큼 기성 언론의 보도도 많고요, 블로그 유튜브 등에도 관련 콘텐츠가 많이 게시돼 있습니다. 공공기관도 이 난방비 아끼는 법을 홍보하고 있고요. 그런데 상당수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최휘 : 하나하나 짚어보죠. <가습기 함께 틀면 난방비 줄인다> 이런 내용 저도 많이 본 것 같은데요? 정확히 어디서 나온 말이죠?

◆ 선정수 : 거의 모든 언론이 난방을 할 때 가습기를 함께 사용하면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머니투데이 11월10일자 보도를 보면요. <가습기도 난방을 돕는 아이템이다. 보일러 가동과 동시에 가습기를 사용하면, 습도가 높아져 방이 빨리 따뜻해지고 오래 열을 간직해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라고 전합니다. 매일경제는 <난방효과 올리려면 보일러·가습기 동시 사용>이라는 기사를 발행했고요. 시사저널 보도가 가장 최근인데요. <겨울철에 실내 적정 습도를 유지하면 호흡기 질환 예방 뿐 아니라 난방비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공기 속 수분이 보일러로 데워진 공기의 열을 보다 오랫동안 머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합니다. MBC는 "가습기 사용도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됩니다. 습기 덕분에 공기 순환이 잘 돼 보일러를 틀었을 때 실내 온도가 더 빨리 오르고, 수증기가 열을 품고 있어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라고 합니다. 다른 많은 언론사들의 관련 보도도 비슷한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 최휘 : 굉장히 많은 언론들이 이런 내용을 전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근거가 뭔가요?

◆ 선정수 : 우리나라 언론의 악습이 있는데요. 출처와 근거를 밝히지 않는 겁니다. 예전에 신문 지상과 방송 보도 중심이었던 시절에는 지면과 방송 시간의 한계 때문에 근거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요. 요즘 온라인 보도엔 사실상 이런 한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 이 가습기 난방비 절감 보도에서도 대부분의 기사가 출처를 밝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부 보도들은 에너지공단으로 출처를 밝히고 있습니다. 에너지공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난방비 절약 실천 요령>을 설명하는데요. "보일러 가동 시 가습기를 틀면 수증기에 의해 실내 습도가 높아지면서 공기순환이 빨라지며 물의 비열 상승으로, 열을 오래 간직하는 효과가 있어 난방 효율 상승 및 쾌적성 향상"이라고 밝힙니다.

◇ 최휘 : 에너지공단이 가습기를 틀면 난방 효율이 상승한다고 밝힌 것 아닌가요? 그런데 이게 사실과 다른 겁니까?

◆ 선정수 : 보일러를 틀 때 가습기를 함께 틀어주면 가습기에서 작은 물방울을 뿜어내게 됩니다.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데워서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것이고, 초음파 가습기는 진동자가 떨리면서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 내는데요.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데우는 것이기 때문에 실내 온도 상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가습기가 실내 온도를 상승시키는 기여분과 전기요금을 비교해 봐야겠죠. 애초에 가습기는 난방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난방 효과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습기가 뿜어내는 작은 물방울은 건조한 실내 공기와 만나서 증발합니다. 이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면서 기온을 낮추게 됩니다. 따라서 습도가 높으면 같은 부피의 공기를 데우는 데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하죠.

수증기에 의해 실내 습도가 높아지면서 공기 순환이 빨라진다는 이야기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내 습도가 아무리 높아지거나 낮아져도 공기의 순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설사 공기 순환이 빨라진다고 하더라도 그게 난방비를 절약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물의 비열 상승으로 열을 오래 간직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설명도 이상한데요. 물의 비열은 1로 정해져 있습니다. 1kg의 물 온도를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1kcal인데요. 이게 비열 1입니다. 물의 비열은 공기의 비열보다 4배 정도 크니까 실내 공기가 머금고 있는 수증기가 열을 오래 간직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데울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므로 난방비 절감과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에너지공단 측에 왜 이런 자료가 나갔는지 물어봤는데요. 확인 되는 대로 답을 주겠다고 한지가 꽤 됐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네요.

◇ 최휘 : 가습기를 틀면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는 내용의 실험을 TV에서 방송한 적이 있다면서요?

◆ 선정수 : 2014년 10월 위기에서 탈출하는 내용의 교양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그냥 난방을 하는 것과 가습기를 틀어놓고 난방을 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가습기를 틀어놓고 난방을 하는 쪽이 더 빨리 실내 온도가 오르는 것으로 나옵니다. 20도에서 23도까지 방안 온도를 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비교합니다. 보일러만 틀었을 때는 59분이 걸렸는데, 가습기를 함께 틀고 보일러를 가동했을 때는 36분이 걸렸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실험 조건이 정밀하지 않게 설계돼 있습니다. 첫번째 실험 이후에 실내 온도를 낮춘 뒤에 보일러와 가습기를 함께 틀고 온도를 측정하거든요. 근데 엄밀한 시험이 되려면 바닥의 온도를 같게 만들고 실험을 했어야죠. 환기를 해서 실내 온도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이미 방바닥이 달궈져 있는 상태에서 보일러를 가동한다면 더 빨리 실내 온도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실험을 인용한 보도도 많이 보이는데요. 과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은 실험이라 언론보도에 인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 최휘 : 가습기를 틀고 난방을 한다고 해서 난방비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런 말씀이죠?

◆ 선정수 : 그렇습니다. 가습기를 틀어놓는다고 해서 집안이 빨리 데워질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습도가 많은 공기를 데우는 데 필요한 열량이 크기 때문에 난방비가 더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같은 열량을 공급했을 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냄비를 데울 때 걸리는 시간과 물이 가득 들어있는 냄비를 데울 때 걸리는 시간 중 어느 게 더 빠를지 생각해 보면 답이 명확합니다. 게다가 난방 효율은 집 안의 습도가 얼마나 높냐 낮냐 보다는 난방기의 효율이 얼마나 좋은지, 집안의 단열이 얼마나 잘 돼 있는지가 더 큰 변수입니다.

◇ 최휘 : 겨울철 집을 비울 때는 외출모드를 설정해 놓고 나가면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이런 말도 많이 퍼져 있는데요. 사실인가요?

◆ 선정수 : 우선 보일러의 외출 모드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부터 좀 짚어봐야겠는데요. 외출 모드는 혹한기 동파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바깥 날씨가 엄청 추운데 거주자가 보일러를 꺼놓고 집을 비우면 보일러 배관 속에 들어있는 물이 얼면서 보일러와 배관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건데요. 외출 모드로 설정하면 보통 섭씨 5도 정도에서 보일러가 가동됩니다. 그야말로 얼지 않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죠. 그런데 하루 반나절 정도 외출 한다고 외출모드로 설정하면 보일러를 끄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왜냐면 짧은 시간 동안 실내 온도가 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여러 날 집을 비우는 여행이 아닐 바에는 외출 모드로 설정하는 건 보일러 전원을 끄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보일러를 끄면 온도가 떨어지고 외출 후에 돌아와서 보일러를 설정 온도로 맞추면 잃었던 온도를 회복하느라 열량을 많이 소모하게 됩니다. 일상적인 외출이라면 설정 온도를 2~3도 정도 낮추고 나갔다 오는 게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지금 설정온도가 20도라면 18도 정도로 낮추고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다시 20도로 맞추는 방식이죠.

◇ 최휘 : 온수를 쓴 뒤에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돌려놔야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 선정수 : 대체로 사실입니다. 일단 냉수를 사용하려고 물을 트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요. 아무 생각 없이 온수 쪽으로 돌려져 있는 수도꼭지를 들어 올려서 틀었단 말이죠. 이때 보일러에는 온수를 보내기 위해 점화하라는 신호가 보내집니다. 그리고 가스든 기름이든 보일러가 연료를 태우겠죠.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물을 트는 순간 온수관에 연결돼 있는 온수계량기가 돌아가는 것이고요. 아차 싶어서 냉수 쪽으로 돌린다고 해도 이미 연료를 소모한 상태고 온수계량기도 돌아간 상태죠. 이런 것들이 쌓이면 난방비 부담이 늘어나겠죠.

일각에서는 수도꼭지를 온수쪽으로 돌려놓으면 물을 틀지 않은 상태에서도 보일러가 점화된다고 하는데요. 이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 최휘 : '뽁뽁이'라고 부르죠. 공기가 들어있어 볼록볼록한 포장지요. 이걸 창문에 붙이면 난방효율이 높아진다고 많은 분들이 붙였는데요. 이건 어떤가요?

◆ 선정수 : '뽁뽁이'가 공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유리창의 한기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방향을 잘 가려서 붙여야 합니다. 남향 등 평소 햇볕이 잘 드는 방향이라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에너지가 더 크기 때문에 붙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북향이나 해가 들지 않는 쪽 창에 붙이면 충분한 단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그 밖에 난방비 아끼는 법 또 뭐가 있을까요?

◆ 선정수 : 가장 근본적인 난방비 절약 방법은 집의 단열 성능을 높이는 겁니다. 바깥에 찬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뚫려있는 틈을 막는 건데요. 문풍지를 붙이거나 틈새막이를 이용해서 바깥의 찬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적정 실내온도 유지인데요. 겨울에도 집안을 덥게 만들어 놓고 반팔 입고 지내는 분들 계시는데요. 적정 실내온도인 20도 정도로 맞추고 집안에서 실내복과 잠옷을 입고 지내는 것이 난방비를 아끼는 동시에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겁니다.

그리고 일러를 연료효율이 높은 1등급 제품으로 바꾸는 걸로도 30% 가량 연료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난방설비 배관을 청소해주면 난방 효율이 5% 이상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내복을 입으면 2.4도의 보온 효과가 있어 그만큼 난방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춥다고 환기를 전혀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데요. 이러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겨울철 환기할 때는 가능한 집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고 5~10분 정도 맞바람이 치도록 환기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환기할 때는 난방을 줄여놓고 환기를 하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독하게 난방비 아끼는 분들은 집안에 난방텐트를 펼치고 사는 분들도 계십니다. 난방 대신 침낭 안에 뜨거운물 넣은 물주머니를 넣고 잔다는 분들도 계신데요. 질병관리청이 권고하는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는 18~20도 입니다. 실내온도를 너무 낮게 유지하면 혈압이 오르고, 천식과 면역체계가 악화되는 등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난방비 아끼려다 병에 걸려 치료비가 더 들어가는 건.. 개인적으로, 지구적으로도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닌게 분명합니다.

◇ 최휘 : 네. 모쪼록 현명하게 난방기를 잘 사용해서, 건강한 겨울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선정수 : 네. 고맙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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