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배터리 `옥석가리기` 글로벌 확산…생사기로 전운

박한나 2024. 11. 26. 05: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달 15일 중국 동남부 푸젠성 닝더에 위치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의 본사 전시실에서 버스용 BC5 시리즈 배터리 모형이 전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나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중국과 유럽, 한국 역시 극심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중국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생산능력을 키워왔지만 내부적으로는 과잉 생산 문제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해 있습니다. 프리미엄 전기차 제조사 4곳인 니오와 지커, 리프모터, 샤오펑은 올해 3분기 기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들 모두 당기순손실을 줄이기 위해 비용절감과 해외 수출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니오의 경우 해외 수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 5개국과 중동, 북미에 진입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와 인도 시장까지 진출해 수익을 낸다는 계획입니다.

중국이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것을 벗어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내수부터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스스로가 촉발한 가격 경쟁으로 BYD, 리오토, 아이토만 등 소수업체만이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 기준 지난해 말까지 중국 본토의 전기차 조립업체는 연간 17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전체 공장 가동률은 54%에 그쳤습니다.

배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CATL과 BYD의 내수 독점력은 더 강해졌습니다. 중국자동차배터리혁신연합(CABIA)에 따르면 CATL과 BYD의 올해 10월 전기차 부문 시장점유율은 각각 42.78%와 26.73%입니다.

이들의 뒤를 잇는 12개 중국 업체들인 CATL과 고션하이테크, S볼트에너지, 선와다, 랩트 바테로 에너지, 젠에너지(Zenergy), Eve 에너지, Jidian New Energy, Do-Fluoride, Yaoning, Yinpai Battery, 파라시스 에너지의 점유율은 25.49%입니다. 이들 점유율을 다 합해도 BYD의 점유율에 미치지 못합니다.

대다수 중국 기업이 국내 시장의 포화와 독점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려고 했지만 지난 9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 100% 부과를 확정했습니다. 유럽연합도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하면서 수익 개선도 여의찮게 됐습니다.

첸진주 중국자동차컨설팅 상하이밍량 최고경영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선진국에서의 해외 판매가 징벌적 관세로 방해를 받고 있다"며 "모든 기업이 곧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중국 전기차제조업체 샤오펑의 창립자인 하오 샤오펑(Hao Xiaopeng)도 "중국 본토는 대략 50개의 전기차 조립업체가 있지만 2027년까지 오직 8개의 업체만 남게 될 것"이라며 "작은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 역시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골드만삭스, 독일 정부들로부터 150억달러를 조달하며 '유럽에서 가장 자금이 풍부한 민간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스볼트가 유럽연합의 전폭적 지지에도 결국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생산에서 중국의 CATL과 BYD, 일본의 파나소닉,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과 같은 기업들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과 치열한 가격 경쟁, 아시아업체 대비 저조한 수율 문제, 높은 인건비 등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한국 역시 글로벌 산업 재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중국과 유럽의 시장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다시 증가할 때 한국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대로 중국의 저가 공세와 대중국 견제에 따른 관세 유탄, 전 세계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 강화, 미국·유럽 시장에서의 규제 대응 전략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놓인 셈입니다.

해외시장에서의 수주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올해 1~9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전년 대비 2.6%p 하락한 46%를 기록했습니다. SNE리서치는 그 요인으로 중국의 수출 확대를 지목했습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중국 외 시장에서도 BYD의 성장세가 무서운데 브라질과 태국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차들의 수출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며 "그 외 다수 중국업체도 무역 장벽에 대응해 신흥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을 채택하고 있어 중국업체들만 생산하던 LFP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3사의 주요 과제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은 지금 전기차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기업들을 합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극심한 경쟁과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도태되고, 생존력을 갖춘 소수 기업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살아남는) 소수 기업이 되기 위해선 비용 상승과 경쟁 심화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꾀하는 일이 쉽진 않기 때문에 전폭적인 재정적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