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추워서 공사 못 해요" 이곳에선 안 통한다…'집 공장' 가보니[르포]

비엘스크(폴란드)=김평화 기자 2024. 11. 2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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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 해외 현장을 가다]GS건설 손잡은 폴란드 '프리팹' 기업 단우드
[편집자주] 대한민국 'K-건설'이 해외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 코리아'로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다. 아시아와 중동, 유럽 등 해외 건설현장 곳곳에서 K-건설의 위상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폴란드 비엘스크 단우드 공장에 마련된 '프리팹' 단독주택 모델하우스/사진=김평화 기자

인천에서 약 13시간 비행끝에 도착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첫인상은 '흑백도시'였다. 오후 3시쯤 어둑어둑해지더니 오후 4시가 지나자 금세 밤이 돼버렸다. 11월인데 벌써 영하를 넘나드는 강추위에 행인들은 대부분 털모자를 쓰고 다니고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동북쪽으로 약 200㎞ 거리에 있는 비야위스토크(bialystok)는 더 춥고 어두웠다. GS건설이 인수한 단우드(Danwood) 본사가 있는 지역이다. 주택 건축 현장에선 날씨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우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 하지만 '효율성 끝판왕'을 자부하는 단우드는 예외다. 대형 공장 '실내'에서 주택을 만들기 때문이다.

비야위스토크 본사에서 벨라루스 국경 쪽을 향해 차로 40분 정도 이동해 비엘스크(Bielsk)로 가면 단우드 공장이 나온다. 목조주택을 실내에서 짓는 '집 공장'이다. '집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전역으로 향한다. 단우드의 기술자들이 팀을 이뤄 현장에 파견돼 집을 조립하고 전기배선과 인테리어 등 마무리 작업을 한다. 프리팹(Pre-fab) 건설 방식이다.

한국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유럽에선 대중적이다. 단우드는 1972년 비엘스크 지역에서 국영 농업건설회사로 설립됐다. 1995년 덴마크 회사 '단우드 하우스'의 목재 골조 조립식 주택 건설 기술과 브랜드를 인수했다. 처음 프리팹 시장에 진출한 시기다. 이후 현재까지 1만8000여세대 주택을 독일을 중심으로 전 유럽에 공급했다. 주로 B2C 단독주택을 생산하며 저렴한 보급형 주택부터 프리미엄급 럭셔리 주택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상품군별 라인업을 보면 패밀리→투데이→에스라인→비전&넥스트 순으로 등급과 가격이 올라간다. 평면, 면적, 디자인에 따라 200여가지 디자인 스탠다드를 갖췄다. 공급하는 주택은 모두 개별화돼 여러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주택 상품을 설계, 생산, 시공한다. 가격은 투데이 모델 기준 30만유로(약 4억4000만원) 정도. 고객이 선택하는 제품과 커스터마이징 정도에 따라 금액이 결정된다. 최근에는 B2B 공동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공동주택 상품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제작을 마치고 출고를 운송차량에 실려 대기중인 '프리팹' 주택 프레임/사진=김평화 기자

직접 눈으로 본 8만7000㎡ 면적의 공장은 '돔구장'을 떠올리게 했다. 작업공간이 모두 실내라 강추위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반팔을 입어도 될만큼 따뜻했다. 안전하고 정돈된 작업 환경은 숙련공들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었다. 입구 쪽에는 제작이 완료돼 출고를 앞둔 제품들이 있었다. 최근 단우드가 처음으로 납품한 공동주택 상품이다. 이 제품들은 트럭에 실려 독일까지(약 1400㎞ 거리) 배송된다.

프리팹 공정은 여러모로 효율적이었다. 대부분의 공정이 분업화, 자동화돼있었다. 목재를 용도에 맞춰 자르는 기계가 있는데, 엔지니어가 기계에 수치를 입력하고 작업자는 기계를 작동하기만 하면 된다. 일반적인 건축 현장에 비해 작업자들이 훨씬 편해보였다. 기계가 대신하기 때문에 크게 힘쓸일이 없었다.

단우드 공장에선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돼있다. 수치를 입력하면 그에따라 기계가 재단 등 작업을 진행한다./사진=김평화 기자

기계가 만들 수 없는 특별한 형태의 세부적인 작업들은 기술공들이 담당한다. 반면 목재의 재단과 못질, 이동 등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은 대부분 기계의 몫이다.일주일에 40채 분량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임에도 작업자 수는 1개 작업 라인 당 50여명이면 충분했다. 현장 관계자는 "도면에 따라 기계가 미리 목재를 재단하면 현장에서 자를 필요가 없어 시간을 아끼게 된다"며 "작업자 1명이 혼자 벽채(모듈) 프레임을 만들 수 있고 작업이 끝나면 자재가 컨베이어벨트에 밀려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기계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면 현장에서 작업자가 손으로 하는 것에 비해 '실수 확률'이 줄어든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씨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공장 입구에 마련된 모델하우스는 여느 고급 주택과 다를 게 없었다. 바닥, 벽 등 내장 자재는 물론, 인테리어와 집 구조까지 선택할 수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복이라기보다는, 내마음대로 내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맞춤양복'이었다.영하의 추운 날씨였음에도 모델하우스 내부는 따뜻했다. 단우드가 자랑하는 에너지효율성 덕이다. 단우드 제품은 친환경 고효율 주택으로 독일 개발은행이 제시하는 친환경 주택등급 'KfW40+'를 만족하고 있다. 단우드의 단열, 기밀 기술이 적용된 영향이다.

단우드 모델하우스 실내 모습/사진=김평화 기자

같은 날 방문한 비야위스토크 본사 트레이닝센터에서는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센터에는 건축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타일, 수도꼭지, 지붕 설치 등 특별한 상황들이 그대로 연출돼 있었다. 이곳에서 숙련공들이 초보 기술자들에게 1대1로 기술을 가르쳐준다. 새로운 공법이나 기술이 나올때매다 교육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단우드 비야위스토크 본사 트레이닝센터에서 시공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김평화 기자

단우드는 본사와 트레이닝센터, 공장, 시공이 이뤄지는 현장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Bartłomiej Zak(바르트워미에이 작) Production director(공장장)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공장에서 세부작업까지 미리 해놓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고, 현장에서 시행착오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며 "단우드 소속 300여명의 엔지니어, 건축가, 디자이너들은 기술 개발과 개선, 적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엘스크(폴란드)=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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