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전세 사라질까"…월세만 찾는 빌라시장

이수현 2024. 11.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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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월세거래 비중 역대 최고치…임대차 계약 중 64.42% 달해
"소비자 신뢰 무너져 더 늘어날 듯"…HUG 전세보증 강화 가능성도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올해 10월까지 서울 다가구, 연립, 다세대 등 빌라 월세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 거래 비중은 전세사기 우려 속 급감한 가운데 내년엔 월세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집계 기준 올해 1~10월 서울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건물의 임대차 거래 22만8542건 중 14만7226건이 월세였다. 전체 임대차 거래의 64.42%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60.81%보다 3.61%포인트(p) 늘었다.

2020년 1~10월 43.58% 수준이던 월세 비중은 2021년 47.26%, 2022년 54.80%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월세 비중이 60%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에는 그보다 더 비중이 커졌다.

올해 빌라 임대차 거래는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 5만건 이상 늘었지만 전세 거래량은 오히려 그보다 더 줄었다. 2014년 1~10월 17만5348건이던 거래량은 올해 22만8542건으로 5만3194건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9만7210건에서 8만1316건으로 1만5894건 줄었다.

건물 유형별로 단독·다가구 주택은 올해 10월까지 11만2121건 거래됐다. 그중 월세는 8만5113건으로 전체 거래의 75.91%가 월세였다. 월세 거래 비중은 2020년 54.80%에서 △2021년 59.57% △2022년 68.45% △2023년 72.96%로 매년 치솟았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같은 기간 11만6421가구 중 6만2113가구가 월세 거래였다. 비중은 53%로 11월과 12월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월세 비중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빌라 시장에서 전세가 급감한 이유는 최근 수년간 전세사기로 인한 서민들의 불안감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빌라 시장은 아파트와 달리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보증금보다 주택 가격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 2022년 12월 71.76%던 서울 연립 전세가율은 올해 11월 70.22%까지 떨어졌다. 다만 올해 11월 54.01%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가 아파트보다 빌라 등 비아파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아파트 전세에는 수요가 몰리고 비아파트는 보증부 월세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세시장에 머물던 수요가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 가격은 매달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 다세대 월간 월세가격지수는 104.78로 전년 동기(102.33)대비 2.45% 올랐다. 단독주택 또한 지난해 10월 101.10에서 지난달 102.96으로 1.86%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최근 10년 1~10월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주택 임대차 거래량과 월세 거래 비중 [사진=이수현 기자]

줄어드는 전세 거래 속 향후 전세보증 가입 기준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 근본적 개선대책'에 따르면 HUG는 담보인정비율(전세가율)을 현행 90%에서 80%까지 추가 하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이 줄어들면 빌라 세입자의 전세보증 가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행법상 빌라 세입자가 전세보증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빌라 가격(공시가격의 140%)의 90%인 126% 이내여야 한다.

다만 담보인정비율이 80%로 줄어들면 전세보증 가입을 위해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12% 이내로 낮아져야 한다.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경우 기존 1억2600만원에서 1억1200만원으로 1300만원 더 보증금이 낮아져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셈이다.

전세사기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세보증 가입이 더 어려워질 경우 빌라 전세 거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질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를 기피할 수 있는 탓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빌라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HUG가 담보인정비율을 하향할 경우 많은 건물에서 역전세가 발생해 월세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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