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F-35나 만드는 멍청이” 美정부 개혁 1호로 국방부 조준

이기욱 기자 2024. 11.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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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유인전투기 대거 대체” 1960조원 국방예산 삭감 겨눠
트럼프측 기업인에 이득 안길 우려… 한국 등엔 방위비 증액 요구 가능성
인수팀 ‘비밀자금 운영’ 도마 올라
AP 뉴시스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idiots)이 아직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차기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24일 연방정부 개혁의 첫 대상으로 국방부를 지목했다. 유인 전투기를 무인기(드론)로 대거 대체하고 국방 예산 또한 대폭 줄여야 한다며 ‘멍청이’란 원색적 표현을 쓴 것이다. 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국방부 예산 삭감이 우선 과제”라고 동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방예산 감축에 나선다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F-35는 대부분의 미 동맹국에서 주력 전투기로 쓰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거듭 거론한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 외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 증액 등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머스크, 1960조 지출 국방부 정조준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오각형의 청사 건물을 보유한 국방부는 흔히 ‘펜타곤’(오각형이란 뜻)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286만 명의 인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1조4000억 달러(약 1960조 원)를 지출한 ‘공룡 부처’다. 지출 규모 역시 연방정부 산하 15개 부처 중 보건부, 상무부에 이은 3위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과 정부효율부 X 계정에 동시에 게시물을 올려 국방부의 예산 낭비를 비판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군이 사용했던 위장 군복에 대한 라이선스 수수료로 아프간 측에 28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을 “예산 낭비 사례”로 꼽았다.

라마스와미 역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2025회계연도 국방 예산으로 8498억 달러(약 1190조 원)를 책정한 것을 비판했다. 이 큰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방부 관계자조차 거의 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국방 예산 삭감이 정부효율부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다만 국방 예산이 실제 삭감되면 록히드마틴, 제너럴다이내믹스 같은 기존 방위산업 업체 대신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기업인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해상충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는 현재 국방부와 위성기술과 관련된 최소 36억 달러의 계약을 맺고 있다. 역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실리콘밸리의 거물’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역시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를 설립했다. 국방부가 유인 전투기 대신 무인기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수혜를 볼 것이란 의미다.

또 WSJ는 24일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이 틸이 설립한 벤처캐피털 ‘파운더스펀드’의 파트너 트레이 스티븐스와 억만장자 투자자 스티븐 페인버그를 국방부 차관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에 비해 투자를 덜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극초음속 기술 등에 투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인수팀 ‘비밀자금’ 운영 비판

‘비밀자금’으로 운영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뜨겁다. 통상 차기 미 행정부의 정권 인수팀은 인수 작업에 필요한 720만 달러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연방총무청(GSA)과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절차를 거부하고 지지자의 비밀 기부로 필요한 돈을 충당하고 있다. GSA와의 협약 체결을 거부한 대통령 당선인은 지금까지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은 자금 모금 규모, 기부자, 지출 방식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권 인수팀의 기부자 비공개 역시 이해상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공직자 윤리에도 위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면 누가 당선인 측에 얼마를 기부했으며, 그 대가로 무엇을 받는지를 알 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거나 영향력을 미치려는 이들이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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