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스폰서' 강혜경에게 "명태균에 20억 주고 사건 덮자"
오세훈 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 회장이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회장이 강혜경 씨를 회유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뉴스타파가 강혜경 씨와 김 회장의 통화 녹음파일을 다수 확보해 분석한 결과, 김 회장은 명태균 관련 보도가 본격화되자 강 씨에게 "국민의힘까지 죽일 수 없지 않냐"며 명 씨에게 거액을 지급해 사건을 무마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 씨가 진행한 13차례 비공표(비공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김 회장이 다섯 차례에 걸쳐 강혜경 씨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총 3,300만 원을 입금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했다. (관련 기사: 오세훈 최측근, 강혜경 계좌로 3300만 원 입금... "여론조사 비용 대납")
"돈 빌려 달란 연락에 협박처럼 느껴"...실제 통화에선 "명태균에 돈 주고 덮자"
뉴스타파의 요청에 구체적인 반론을 하지 않던 김 회장은 오늘(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혜경 씨가 자신에게 "갑자기 1,000만 원을 빌려 달라"는 문자를 보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돈도 없고 오해를 살 수 있어서 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또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강 씨가 나와 오 시장과 관련된 폭로를 이어간 것 같다"며 “국감에 출석해 증언하던 강 씨가 돈을 빌려 달라고 연락한 것이 협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보한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은 김 회장의 주장과 결이 달랐다.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회장이 오히려 강 씨를 설득하며 명태균 씨를 돈으로 회유하자는 계획을 먼저 제안했다. 김 회장은 강 씨에게 "강 실장만 덮으면 된다"며 입막음을 시도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명태균에게 10억이나 20억을 건네고 사건을 덮자"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세훈 스폰서' 김 회장, "그럼 강 실장만 덮으면 되네" 회유한 정황
지난 9월 5일 뉴스토마토가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을 처음 보도한 직후부터 김 회장은 강혜경 씨와 수차례 통화했다. 이 시기 김 회장과 강 씨의 통화 녹음파일 5개를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 김 회장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되길 바라며 강 씨에게 사건을 덮자는 취지로 회유했다.
특히 2024년 9월 10일 통화에서 김 회장은 강 씨에게 "강 실장 말고는 (증거가) 다른 데서 샐만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정황 증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강 실장뿐이잖아"라며 "그럼 강 실장만 덮으면 되네"라며 사건 무마를 시도를 했다. 이어 "명태균을 죽여야지. 우리가 국민의힘까지 죽일 순 없잖아"라며 설득을 이어갔다. 그러나 강 씨는 "저만 덮으면 되죠. 그런데 저는 덮기 싫어요"라면서 진실을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통화 말미에 김 회장은 "나하고 통화했다고는 하지 말고"라며 입단속을 요구했다.
● 김OO : 저기, 강 실장 말고는 다른 데서 샐만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정황 증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강 실장뿐이잖아.
○ 강혜경 : 네네네.
● 김OO : 그럼 강 실장만 덮으면 되네.
○ 강혜경 : 저만 덮으면 되죠. 그런데 저는 덮기 싫어요.
● 김OO : 그러면 명태균만 죽여야지.
○ 강혜경 : 네. 명태균하고 김영선, 세트로 해서요.
● 김OO : 명태균을 죽여야지. 우리가 국민의힘까지 죽일 순 없잖아.
○ 강혜경 : 하지만 불똥이 어떻게 튈지는 모르죠.
● 김OO : 알았어요. 한 번 생각해볼게요. (중략) 나하고 통화했다고는 하지 말고.
○ 강혜경 : 네, 당연하죠.
- 강혜경 -김모 회장 통화 녹취록(2024년 9월 10일)
김 회장, "명태균에게 10억, 20억 주고 네가 뒤집어 쓰고 감옥 가라 하든지"
김 회장은 지난 9월 10일 통화에서 강 씨에게 청와대(대통령실) 관계자들을 거론하면서 "저쪽(대통령실)에서도 확전을 원하지 않고, 여기도 확전을 원치 않는다"라는 말을 꺼냈다.
대통령실이나 이쪽 모두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으니, 명태균에게 돈을 주고 뒤집어 씌우자는 얘기도 꺼냈다. 김 회장은 강 씨에게 "명태균이가 뒤집어쓰든 감옥에 가든 간에 명태균도 뭐 좀 받고... '한 10개 줄게 20개 줄게' 해갖고 던져주고. '네가 뒤집어쓰고 허위 진술하고 (감옥) 가라' 하든지"라며 거액을 주고 사건을 덮자는 취지로 말했다.
김 회장은 오세훈 여론조사 비용 '대납' 관련 뉴스타파 보도가 나간 뒤 언론에 "강 씨가 돈 요구를 거절하자 자신과 오 시장에 대한 폭로를 이어간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사건의 진실을 덮기 위해 대통령실을 거론하며 검은 돈을 건네자고 말한 것이다.
● 김OO : 이거 진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노. 청와대(대통령실)에 내가 아는 놈이 있긴 한데 걔들 얘기를 통해 갖고 뭐 할 방법이 있냐? 사실 저쪽(대통령실)에도 확전을 원하지 않았고 여기도 확전을 원치 않는다며.
○ 강혜경 : 네네.
● 김OO : (중략) 막말로 (명태균에게) 한 10억씩 주던지. 니 혼자 뒤집어 써라. 명태균이가 뒤집어쓰든 감옥에 가든 간에 명태균도 뭐 좀 받고, 나는 이제 자리는 이제 못 준다. 이제 이렇게 터진 이상은. '한 10개 줄게 20개 줄게' 해갖고 던져주고. '네가 뒤집어쓰고 허위 진술하고 (감옥) 가라' 하든지. 막말로 뭐 이쪽 제보자한테 털어 모아 갖고 한번 하든지.
○ 강혜경 : 그러니까요.
● 김OO : (중략) (뉴스)토마토도 (이 사안에) 매달리는데 이걸 누구 좋자고 하는 거냐고. 강 실장도 뭔가 강 그게 있어야 될 거 아니야. 해결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의논을 해봐. 내가 도와줄게. 강 실장.
- 강혜경 -김모 회장 통화 녹취록(2024년 9월 10일)
"3,300만원은 오세훈 시장과 관계없다"는 김 회장...뒤로는 사건 무마 시도
김 회장은 오늘 여러 언론과 인터뷰하며 "강혜경에게 건네 3,300만 원은 여론조사 대가가 아니"라거나 "오세훈 시장은 여론조사와 관련이 없다"는 등의 해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돈을 건넨 것은 맞지만 그것은 본인이 '선의'로 한 것이지, 오세훈 시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 녹취록 속 김 회장의 모습은 본인의 해명과는 다소 달랐다. 어찌 됐든 사건이 커지지 않도록 무마를 하는 등 명태균 관련 사건의 내밀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했다.
뉴스타파는 김 회장에게 '명태균 게이트' 보도가 시작된 직후 강혜경 씨에게 전화한 이유를 물었다. 김 회장은 뉴스타파에 "강혜경 씨에게 회유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오히려 "강혜경 씨가 나를 협박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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