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권위주의·갈라치기…동덕여대 사태에 다시 ‘고개’
“동덕여대 거르겠다” 파문
사태 본질 흐리며 편견 조장
강남역 살인 때 혐오 데자뷔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시위’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학생들에 대한 ‘낙인찍기’와 ‘여성혐오’로 번지고 있다. “여대는 거른다”는 혐오 발언이 대표적이다. 여성들의 집단행동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든 혐오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동덕여대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내재한 ‘여성혐오·권위주의·갈라치기’의 민낯이 다시 드러났다고 여성계는 지적한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는 ‘공학 전환 반대’로 촉발됐는데 엉뚱하게 ‘여대 기피론’이 제기됐다. 이우영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놓고 직원 채용 시 동덕여대 출신을 “걸러내고 싶다”고 올리기도 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5일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겁박은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자 ‘페미니스트는 직장 등에서부터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대는 편의에 따라 성애적 존재로 ‘신비화’되거나 페미니스트로 ‘악마화’됐는데 이는 전형적인 여성혐오의 형식”이라고도 말했다.
여대 학생을 향한 위협과 괴롭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넥슨 집게손가락 사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 한 이용자가 “페미(페미니스트) 때문에 우리 부서만 해도 이력서 올라오면 여대는 거른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짧은 머리 스타일을 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대’에 올랐을 때도 그가 광주여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폭언을 쏟아내는 이들이 있었다.
청년을 동등한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권위주의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동덕여대는 거르고 싶다’는 공공기관장의 발언이나 학교 기물 파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압박하는 동덕여대 학교 측의 태도는 ‘너희가 잘못됐으니까 우리의 모든 권력으로 제재하겠다’는 의미가 읽힌다”며 “‘공학 전환’과 관련한 학생들의 이견을 권위로 틀어막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과거 사건에서 보였던 ‘갈라치기’ 역시 이번 사태에서 반복됐다. 공학 전환을 반대하고 나선 맥락은 지우고 학생들을 ‘폭력 사태 주동자’로 몰면서 편견을 조장하거나 낙인찍기로 논의를 좁혀버리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 사건을 ‘젠더 이슈로 보지 않는다’면서 주동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똑같은 맥락”이라며 “불평등의 구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예슬·오동욱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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