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칩스법 보조금 5억 달러 삭감 전망··· 삼성·하이닉스도 불안감 고조
오하이오 공장 투자 지연 등 원인
최종지급 계약 앞둔 韓기업 초조
미국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혔던 인텔이 보조금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반도체법을 믿고 거액의 파운드리 투자에 나선 인텔이 적자 늪에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텔로서는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만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급을 확정 받은 가운데 아직까지 최종 지급 계약을 맺지 못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인텔에 대한 85억 달러 상당의 반도체법 직접 보조금을 80억 달러 이하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익명의 소식통 4인을 인용해 “인텔 오하이오 팹에 대한 투자 지연과 기술 로드맵, 수주 부진 등 광범위한 사업적 어려움에 따라 보조금을 줄일 계획”이라며 “인텔에 제안된 30억 달러 규모의 미군용 반도체 칩셋 발주 계약 등도 보조금 축소의 근거”라고 밝혔다.
반도체법에 명운을 걸고 파운드리 복귀에 나섰던 인텔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미 상무부는 올 3월 인텔에 85억 달러 직접 보조금과 110억 달러 상당의 정책 대출 등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나 최종 계약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는 반도체법 직접 보조금 총액 390억 달러 중 22%에 달하는 금액이다. TSMC의 66억 달러, 삼성전자의 64억 달러, 마이크론의 61억 달러를 넘어서는 최대 규모다.
미 정부는 보조금 축소 근거로 인텔의 투자 부진을 꼽았다. 인텔은 애리조나·뉴멕시코·오리건·오하이오 등에 반도체 파운드리를 신설·증축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하면서 오하이오 등 일부 팹 투자가 지연됐다. 이런 이유로 미 정부는 보조금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경쟁사로 지목했던 TSMC가 최근 반도체법 최종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리쇼어링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대만 기업을 지원하고 적자 늪에 분사와 매각까지 거론되는 중인 미국 반도체 대표 주자 인텔에는 외려 지원을 줄이게 됐기 때문이다. NYT는 “반도체법 통과를 위해 공격적으로 로비한 인텔은 오랫동안 최대 수혜자로 여겨졌다”며 “인텔은 고객사들에 TSMC 대비 기술 경쟁력을 확신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상 어려움에 따라 최종 지원금 수여에 대한 협상이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미 정부의 입장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불안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반도체법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며 관세 도입 가능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취임 전까지 반도체법 지급에 관한 최종 계약을 매듭지으려는 배경이다. 실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달 20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바이든 정권)가 떠나기 전에 모든 보조금을 확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번 인텔의 보조금 삭감 보도가 ‘보조금 확정 과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현재 미국 정부와 보조금 관련 최종 계약을 조율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인텔처럼 최초 ‘약정’ 후 미국 내 투자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적자에 시달리는 중인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테일러 공장 완공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국 기업인 인텔에 대한 보조금마저 삭감하려는 미국 정부가 ‘3순위’인 한국 기업에 약속된 금액을 모두 지급할지는 미지수”라며 “정권 이양까지 남은 시간이 짧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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