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윤경호, 이토록 친절한 경호씨[스경X인터뷰]

우리는 배우 윤경호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떠올릴까. ‘도깨비’의 충직한 김우식? ‘비밀의 숲’ 살인사건 용의자 강진섭? ‘이태원 클라쓰’의 형사 출신 유통업자 오병헌? 굳이 이를 거명하지 않더라도 그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된다.
서민적인 모습, 푸근한 모습도 물론 있었지만, 지배적인 이미지는 ‘꼰대’ ‘비리’ ‘극악’으로 상징되는 빌런의 모습이다. 공식 프로필 180㎝의 탄탄한 체격, 선이 굵은 외모는 이러한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하지만 그, MBTI로는 내향형의 ‘I’와 공감형의 ‘F’가 섞여 있다.
“검사를 해보면 INFJ와 INFP가 비슷비슷하게 나와요. 거기다 A형이죠.(웃음) 공감형이라는 성격이 연기할 때는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혈액형이 A형이라는 사실을 어디 이야기하기에 좀 그래요. 매사에 소심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래도 적어도 연기로는 그렇지 않은 인물, 표출할 수 있는 인물 즉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있어요.”

그는 적어도 허용된 공간 안에서는 초대한 그와 정반대의 인물을 이야기하고 있다. 직접 만난 윤경호는 나긋나긋한 표정에 조곤조곤한 말투를 하고 있다. 함께 한 배우들을 일일이 다 거명할 정도로 친절했고, 촬영 당시를 떠올릴 때면 눈가가 젖어 들기도 했다.
그런 그는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에 출연했다. 극 중 장태수(한석규)가 있는 경찰서의 강력 1팀장 오정환 역이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우는 그는, 늘 조직과 동떨어져 혼자 판단하고 행동하는 태수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하늘 같은’ 선배 한석규와의 연기를 고대하다가도, 막상 나쁘게 대하는 부분이 늘 마음에 걸렸다.
“과연 한석규 선배님과의 연기를 마다할 후배가 있을까요. 캐스팅 당시부터 모두가 부러워했어요. 실제로 뵈니 너무나도 허물이 없는, 그냥 연기를 사랑하는 선배님이셨죠. 호흡을 맞출 때도 저는 주로 상황만을 생각했지만, 선배님의 연기는 미세한 감정들이 깔린 그것이었어요. 영상으로 보니 그 진가를 알 수 있었죠. 너무 강하게 대할 때 주저되기도 했는데, 선배님이 많은 힘을 불어넣어 주셨어요.”

그의 이야기는 ‘이친자’ 송연화 감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친자’는 단 10회 분량 촬영에 160회차를 썼다. 보통 영화 한 편도 60회차가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물량이다. 송 감독이 현장을 만드는 방법, 현장에서 마음에 들 때까지 열 테이크(단위 장면 촬영횟수)를 가고, 편집 이후 그림자의 방향까지 고려하는 연출은 그의 탄성을 자아냈다.
“고뇌하는 태수가 창을 바라보는데 빗물이 묻은 창과 얼굴을 대비해 눈물처럼 표현한 씬이나, 하빈(채원빈)의 그림자 옆에 또 다른 그림자가 돋아나는 장면은 다른 자아를 표현한 장면이었죠. 저도 찍어놓고 어떤 식으로 편집이 될지 몰랐기에 시청자로서도 흥미진진하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분명 윤경호였지만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한 형사팀 후배들과 한석규, 채원빈, 오연수 등 배우들을 찬미하는 데 썼다. 자신의 곁에서 오른팔이었던 김용수 역 김신기의 헌신, 장하빈 역 채원빈의 본능적 감각, 장태수 아내 윤지수 역 오연수의 경륜 등을 느꼈다. 섬세한 그에게 촬영현장은 늘 배움터이자 성장의 열린 장이다.

“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습니다. 이번 역할 역시 너무 단편적인 형사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 안의 욕심이나 설정을 덜고, 담백하고 중심이 무거운 중년을 연기하고 싶었죠. 개인적으로는 ‘그린마더스클럽’의 만수 역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다정하고 순정이 넘치는 남편이었는데 제 눈에서 이른바 ‘멜로의 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는 내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항문외과 교수 한유림 역을 연기한다. 초창기 조단역을 오가던 상황에서 점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는 비중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속도보다는 방향성이다.
“‘저 배우가 나오면 믿고 보고싶다’ ‘질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이순재, 신구 선생님처럼 롱런하는 분이라면 바랄 게 없죠. 신구 선생님이 한석규 선배에게 영화 ‘천문’ 당시에 대본을 보여주며 ‘이걸 외니, 밥이 나와’라고 하셨대요. 결국 힘들면 대본을 보라는 말씀 같고, 이게 저의 삶이자 길이라는 생각이 들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배우 윤경호의 진가를 다시 확인할 기회였고, 실제 만난 그는 ‘이토록 친절한 경호씨’였다. 누군가는 그를 계속 ‘인상파’의 빌런 전문 연기자로 기억할 수 있겠지만, 그의 마음속 결은 훨씬 깊고 진했다. 마치 ‘비단결’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친절하게’ 나아가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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