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까지 전 지구적 노력해야 플라스틱 오염 막는다”···“한국 재활용률 60%로 올려야”

김기범 기자 2024. 11. 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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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플라스틱 감축 시나리오. 자료 : 주OECD한국대표부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가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까지 플라스틱 전 주기에 걸쳐 높은 수준의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만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 실질적인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6년 내에 60%로 올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2일 발간한 ‘2040 플라스틱오염 종식을 위한 정책시나리오’를 보면 OECD는 인류의 플라스틱 감축 노력의 정도를 5단계로 나눈 시나리오 중 ‘전 지구적 야망’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나리오5를 도입할 경우 미세플라스틱 유출량을 96% 줄일 수 있고, 하천·해양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7400만t, 플라스틱 관련 온실가스는 41% 감축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OECD는 이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노력뿐 아니라 국가간 재활용 기술 이전, 재활용 원료시장 활성화 등 광범위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총 5개의 시나리오 중 비교적 플라스틱 감축 노력의 강도가 약한 시나리오 1~3은 ‘부분적인 야망 정책’, 비교적 강한 시나리오 4와 5는 ‘높은 야망 정책’ 시나리오로 구분했다. 시나리오 5는 모든 국가가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재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높은 목표를 갖고 감축 정책을 이행할 경우를 의미한다. 시나리오 1은 플라스틱 생산은 그대로 하면서 재활용 등 폐기물 처리만 현재보다 엄격한 환경정책을 적용할 경우다. 시나리오 2는 OECD 및 EU 국가들만 엄격한 플라스틱 정책을 도입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경우다.

OECD는 시나리오 1~3의 경우는 모두 상당량의 플라스틱이 환경 중으로 유출된다고 지적했다. 시나리오 4와 5의 경우는 재활용률이 증가하고, 생산·사용량도 줄어듦에 따라 잘못 관리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5는 특히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0년보다 감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정책을 실시할 경우 OECD 국가는 4600만t, 비OECD 국가는 1400만t의 플라스틱 생산량을 감축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는 재활용제품의 비중을 높이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

유엔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위원회 시작된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등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물론 시나리오5를 따른다 해도 인류가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하천·해양에 방출된 플라스틱이 존재할뿐 아니라 2020~2040년 사이 하천·해양으로 방출되는 플라스틱이 2억2600만t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OECD는 플라스틱 협약에서 감축 목표 연도를 2040년이 아닌 2060년으로 늦출 경우 플라스틱 오염이 축적되면서 인류가 부담해야 하는 환경·건강 비용이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감축 목표 시기를 늦출 경우 잘못 관리되는 플라스틱은 2040년 기준 6400만t이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1600만t이 환경 중으로 유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보다 더 큰 환경·건강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OECD는 또 보고서에서 앞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얼마나 높여야 할지에 관해서는 국가별로 다른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은 편인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는 60%, 2060년까지는 80%로 재활용률을 올려야만 세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OECD 국가와 중국은 2040년까지 재활용률을 60%로 올려야 하고, OECD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재활용률을 45%로 올려야 한다.

환경부의 ‘2022 환경통계연감’을 보면 2021년 현재 한국의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56.7%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소각을 통해 에너지로 회수되는 경우까지 포함한 것으로 지난해 충남대 연구진이 다시 계산한 한국의 실질적 재활용률은 16.4%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탈플라스틱 대책은 여전히 폐기물 관리 측면에 치우쳐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지난 7월 펴낸 ‘플라스틱 국제협약 대응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정부의 탈플라스틱 대책이 폐기물 관리 측면에만 치우쳐 있어 생산부터 폐기, 재활용 등 전주기를 아우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법에 따라 시행 예정이던 1회용품 사용금지 조치 등을 최근 수년 사이 잇따라 포기한 바 있다.

환경연구원은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과 유해물질 금지, 해양 플라스틱 수거, 라벨링 등 구체적인 전주기 관리 목표와 조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연구원은 이어 “국내 플라스틱 관리를 위해 적극적인 생산 및 소비 저감이 필요하다”면서 “플라스틱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했을 때 플라스틱세 및 부담금 등 통해 원천 감량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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