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명태균 용역비'로 3천만원 지급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지난 2021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전후로 명태균 씨에게 두 건의 여론조사 용역을 맡기고, 그 대가로 3천만 원이 넘는 용역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당시 여의도연구원과 명태균 측이 체결한 용역 계약서와 결과 보고서 일체를 확보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명 씨가 수행한 용역은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 조사' 그리고 '문재인 정권의 총리와 장관 인식 조사'로 선거 판세와는 거리가 먼 여론조사였다. 두 건의 용역은 2021년 보궐선거 전후로 체결됐다. 그런데 앞서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모 회장으로부터 총 3,300만 원을 받았지만, 전체 비용은 아니고 일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의도연구원이 명 씨가 13차례에 걸쳐 실행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비공표(비공개) 여론조사 비용 일부를 용역으로 가장해서 지급한 것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
여의도연구원-미래한국연구소 계약서 입수... 2건 총 3,015만원
여의도연구원이 미래한국연구소에 의뢰한 용역의 제목은 <사전투표 관련 서울 부산 시민 인식 조사 분석 용역 계약>이다. 2021년 4월 치러진 서울 및 부산시장 선거의 사전투표율을 조사하는 내용이다.
조사 표본은 서울은 구별로 400명씩 1만 명, 부산도 구별 400명씩 6,400명으로 대규모였다. 용역 금액은 2,300만 원(부가세 별도)이었다. 당시 사전 투표는 2021년 4월 2~3일이었는데, 이 여론조사는 4월 3~4일 이틀간 실시됐다. 결과 보고서는 다음 날인 4월 5일 만들어졌다. 4월 7일 본선거일 직전에 사전투표율 조사를 한 것이다.
사전 투표 여부 질문 외에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도 포함됐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기간에 사전투표 시민 인식 용역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선거용 여론조사를 한 것지만,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선거 이틀 전인 4월 5일에 여의도연구원에 결과 보고서를 전달했다.
이들의 거래는 또 있었다. 한 달 뒤인 2021년 5월 7일, 여의도연구원은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에 관한 여론조사 용역을 미래한국연구소와 체결했다. 유무선 전화로 전국 1,000명을 조사하는데, 용역 금액은 450만 원(부가세 별도)이었다. 당시는 국민의힘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 3명을 집중 공격하던 때였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왜 이 같은 조사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계약서에는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등장한다. 국민의힘 차원의 용역 의뢰였던 것이다.
정리하면, 2021년 4월~5월 여의도연구원은 명태균 측과 총 2건의 여론조사 용역을 맺었고, 용역 비용으로 3,015만 원을 지급했다.
강혜경 "서울시장 여론조사 비용 일부만 받아"...김 회장 이어 국민의힘도 대납 정황
앞서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총 25건의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이중 13 건이 오세훈 후보와 관련된 비공표 여론조사였다고 밝혔다. 당시 오세훈 후보의 측근 김모 회장이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대납한 의혹도 처음 보도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3,300만 원은 1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강혜경씨도 뉴스타파에"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은 일부만 받았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보도 후 김 회장은 한 언론에 "오세훈 시장과 관계가 없는 여론조사"라면서 "당시 조사 결과는 김종인 위원장이나 여의도연구원으로 보고된 걸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 씨의 비공표 여론조사가 국민의힘 싱크탱크로 보고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연구원이 보궐 선거 전후로 명 씨에게 용역을 주고 3천여만 원을 지급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숨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선거가 한창일 때 이뤄진 사전투표율 조사나, 문재인 정권의 총리와 장관 인식도 조사는 명 씨에게 돈을 주기 위한 일종의 '명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그간 명 씨를 '듣보잡', '사기꾼' 등으로 비하해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명 씨와 공식적인 용역을 체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명 씨는 국민의힘과 내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 차원에서 명 씨의 비공표(비공개) 여론조사를 보고 받았고, 그 대가를 용역 비용으로 보전해준 것이라면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뉴스타파는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에게 일련의 의혹에 대해 묻고자 수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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