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물린 HD현대重-한화오션…'KDDX 갈등' 불씨 여전

최경민 기자 2024. 11. 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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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서로를 향한 고소와 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임원이 KDDX 관련 군사기밀 탈취에 개입했다는 증거로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22일 한화오션의 고발 취소 직후 "HD현대중공업은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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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의 조감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서로를 향한 고소와 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7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전을 앞두고 '협력' 화두를 띄우는 모양새다. 다만 KDDX(한국형차기구축함) 수주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 관계자들을 향한 명예훼손 등 혐의의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2일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한 경찰 고발을 취소한 결정에 화답한 모양새다. 그동안 양사는 KDDX 군사기밀 유출사건을 계기로 고소·고발을 반복해왔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관련 군사기밀보호법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을 제한하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임원이 KDDX 관련 군사기밀 탈취에 개입했다는 증거로 피의자 신문조서 등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임원 개입 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한화오션 관계자들 향해 허위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했다.

양측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최근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원 규모 수상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기업과 정부가 '원팀'을 구성해 총력전을 펼친 독일과 일본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갈등 관계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화력이 분산된 결과란 해석이 나왔고, 양사가 갈등을 풀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사가 화해의 손짓을 서로 보낸 건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70조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는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등 대규모 수주전을 앞둔 가운데 갈등 상황이 부각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역시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고발 취소를 결정했던 한화오션 측은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조선업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가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 K-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갈등이 깔끔하게 봉합된 건 아니다. 갈등의 발단이 됐던 총 8조원 규모의 KDDX 수주전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기본설계를 했던 HD현대중공업은 관행대로 상세설계와 건조 역시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22일 한화오션의 고발 취소 직후 "HD현대중공업은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며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고발은 취하했지만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기밀보호법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사실이기 때문에 경쟁 입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법원의 유죄 판결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잘못은 명백히 드러났다"며 "국익을 고려한 한화오션의 대승적 화해 제안에 HD현대중공업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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