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치 2배’ 대출 내준 은행들…내년엔 더 큰 후폭풍 예고

정윤성 기자 2024. 11. 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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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확대 후폭풍…연말 목표 관리 ‘비상’
스트레스 DSR 3단계 등 겹치면…내년 대출 길 더 좁아질 듯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올해 주요 은행들이 연초 제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2배 가까이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문을 걸어 잠그고 부랴부랴 '대출 잔액 줄이기'에 나섰다. 가뜩이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늑장대응까지 겹치면서 내년에도 대출 한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급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연간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잔액을 150% 초과했다. 8개월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225% 초과한 수준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얼마나 늘릴 건지 연초 제시한 공급 목표액을 2배 가량 넘기고 있는 것이다.

개별 은행으로 봐도 모두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목표치를 0.2%로 제시한 우리은행은 3.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목표치를 2.6%로 세운 신한은행 역시 5.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2% 안팎의 목표를 세운 국민·하나은행도 실제론 3%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금감원은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가 초과된 데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앞선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앞둔 막판 수요 급증과 수도권 집값 상승,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은행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지게 됐다. 올 연말까지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지 않은 은행에 대해선 불이익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금감원은 연초 계획 대비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선 내년 평균 DSR 목표 한도를 낮추는 등 패널티를 주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은행이 준수해야 할 평균 DSR이 낮아지면 그만큼 은행이 내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제한된 범위에서 영업을 이어나가는 만큼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관리가 이어지면서 최근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이상 잔액을 줄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대출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두고 있는 상태다. 이달 들어 주요 은행들은 일부 비대면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등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섰다. 대출 금리를 고금리로 유지하며 수요 관리를 했음에도 상황이 녹록치 않자 본격적인 잔액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외벽에 붙은 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 연합뉴스

내년에도 대출 절벽 이어진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내년 대출 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조이기는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 7월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까지 예정돼 있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가계대출 한도는 더 줄고, 모든 금융권 대출이 규제를 받는다. 연 소득 1억원의 소비자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최대 1억원까지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내년 원화대출 증가율을 4.5%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증가율 전망인 6%보다 1.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증가율이 3.7%였던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면서 기업대출 등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은행들도 내년 가계대출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내년 연간 경영계획 수립에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 카카오뱅크 COO는 이달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초 금융당국과 가계대출 관련 논의 후 경영 계획을 수정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 내년 대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연말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춰나가는 상황이고,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도 유지되고 있어 내년 대출 계획을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은행들이 늑장대응으로 역풍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은 연초 공격적인 대출 경쟁을 통해 가계대출 수요를 끌어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가계대출 목표치를 지키지 못할 것이 우려되자 고금리 유지와 대출금리 중단 등으로 뒤늦게 관리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올해 분기별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은 19조원 수준으로, 3분기까지 일관된 흐름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은행들은 7월에서야 대출금리 인상 등을 단행하며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한 관리를 시작했다. 반면 차주들은 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면서 상반기에 비해 시장금리가 떨어졌음에도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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