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빚 증가율, 선진국 중 두번째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최근 5년 분석
평균 1.5%… 홍콩이 5.5%로 ‘1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국 가운데 홍콩 다음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가계부채 현황과 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5%로, 선진국 중 홍콩(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이 추산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92%로, 스위스와 호주·캐나다·네덜란드에 이어 주요 선진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지난 2021년 3분기 말 역대 최고치인 99.2%를 기록한 이후 올해 1분기 말까지 계속 하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스위스(0.5%)나 호주(-2.4%), 캐나다(-0.3%), 네덜란드(-4.1%) 등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순위도 2012∼2013년 43개국 중 15위에서 2014년 14위, 2015년 11위, 2016∼2018년 10위, 2019년 9위, 2020년 8위, 2021년 6위, 2022년 5위 등으로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연구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한국과 중국, 태국, 홍콩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소는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는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의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60.2%로, 글로벌 평균(66.8%)을 밑돌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도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하락해 세계 평균의 75.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특히, 가계부채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 2022년 2분기 말 0.56%에서 올해 2분기 말 0.94%로 오르는 동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0%에서 1.56%로 급등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