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유언장, 장례식까지... 부산 동구의 무연고자 ‘해피엔딩 장례’

김광수 기자 2024. 11. 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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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인 김아무개(56·부산 동구)씨는 27년 동안 부두 노동자로 일하다가 허리와 목을 다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부산 동구는 24일까지 17명이 유언장 작성 교육을 받았고 15명이 영정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은 "해피엔딩 장례 지원 사업이 내년부터 부산시 전역에 시행될 예정이라고 해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무연고자분들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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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부산 동구보훈회관에서 혼자 사는 주민들이 유언장 작성 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 동구 제공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아무개(56·부산 동구)씨는 27년 동안 부두 노동자로 일하다가 허리와 목을 다쳐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4년 전에는 보이스피싱을 당했고 이혼까지 했다. 이후 쪽방인 고시텔에서 홀로 지낸다.

지난 7월 김씨는 동사무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유언장 작성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그는 “혼자 살고 있으니,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했다. 유언장 작성 교육을 받은 뒤, 죽으면 유골을 뿌려달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연락이 끊긴 무연고자가 고독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의 자료를 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지난해 5415건이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을 위해 공영장례를 치러준다. 장례가 끝나면 자치단체가 장례식장에 장례비를 지원하는 식이다. 부산시는 80만원을 지원한다.

부산 동구는 공영장례에서 한발 더 걷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무연고자가 살아 있을 때 미리 장례 준비를 돕는 ‘해피엔딩 장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무연고자의 존엄한 삶 마무리를 돕는 전국 최초의 종합 장례서비스다. 조문하는 사람이 없어 쓸쓸히 진행되는 무연고자 장례와 다르게 평소 가까웠던 지인들이 참석해 가족장 같은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무연고자가 동사무소를 찾아가 신청서를 작성하면, 신청서에 적힌 대로 사후에 장례가 진행된다. 신청서엔 평소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단체를 상주로 지정할 수 있다. 또 장례 종교 방식과 장례 일수, 안치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자기 죽음을 알리는 부고 알림 대상자와 사전에 작성한 유언장에 따라 유언을 집행하는 사람을 적을 수 있다. 신청자가 사망하면 동구가 장례 주관자와 유언집행자에게 통보한다. 장례 주관자는 장례를 진행하고 유언집행자는 재산 처분과 유산 집행을 한다.

영정 사진 촬영과 유언장 작성 교육도 진행한다. 영정 사진은 박희진 부산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9년째 사비를 들여 찍고 있다. 박 교수는 사진을 찍은 뒤 8만~10만원가량 하는 액자형 영정사진을 제작해 신청자에게 무상으로 준다. 유언장 작성은 부산반빈곤센터와 함께 공영장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주언 변호사가 무료로 교육한다. 부산 동구는 24일까지 17명이 유언장 작성 교육을 받았고 15명이 영정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무연고자들은 영정 사진조차 없어서 위패를 올려놓는다. 가시는 길에 영정 사진을 올려드려야겠다 싶어서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유언장 작성 교육을 받은 분들이 저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하면 최대한 응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은 “해피엔딩 장례 지원 사업이 내년부터 부산시 전역에 시행될 예정이라고 해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무연고자분들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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