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대선 당일까지 ‘용산 이전’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윤석열 당시 후보자 캠프의 내부자였다. 20대 대선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여러 정책 전문가와 조율해 공약을 만들고, 정책 관련 질의에 답변하는 등 실무를 총괄했다.
대통령의 임기 절반이 지난 2024년 11월 현재,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2호 공익제보자’ 신분이다. 민주당은 “진실을 밝히려는 공익제보자들의 용기 있는 제보로 윤석열 정권의 맨얼굴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뛰었던 그가 어쩌다 ‘정권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대열 앞에 서게 된 걸까.
신 전 교수는 9월 초부터 불거진 ‘명태균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의구심이 커졌다. ‘명태균씨가 도대체 뭐기에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토록 명씨 주장에 휘둘리는 걸까?’ 대선 관련 파일 6000여 개가 저장된 외장하드와 캠프 회의 자료 등이 보관된 상자를 꺼내, 찬찬히 내용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러다 ‘미래한국연구소’라고 적힌 파일을 발견했다. 지금은 폐업한 미래한국연구소는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알려진 여론조사 업체다(명씨는 자신이 실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신 전 교수가 찾아낸 파일은 ‘2022년 차기 대통령 선거 면밀조사 결과 보고서 9차’라는 제목의 미래한국연구소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다. 신 전 교수에 따르면, 이 결과 보고서는 대선 당일인 2022년 3월9일 윤석열 캠프 핵심 참모진에게 공유됐다. 명태균씨는 줄곧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여론조사를 보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받는) 공급자 명태균은 드러났다. 그렇다면 수요자는? (윤석열 캠프 핵심 참모진에게 공유된) 이 보고서가 수요자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신 전 교수는 공개를 결심했다.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깨끗하게만 살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로 했다. ‘이런 국정 운영을 보려고 대선 선거운동 120일 동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던가’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판단은 국민이 한다.”

현재까지 신 전 교수가 제기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이른바 ‘명태균 보고서(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가 대선 당일까지도 윤석열 캠프에 공유됐다는 점, 김건희 여사의 지인들이 캠프 공약에 개입했다는 점, 캠프 공식 선거사무소 외 ‘불법 선거사무소’가 운영됐다는 점 등이다.
대선 당일 윤석열 캠프는 기대보다 낮은 투표율 탓에 ‘비상’이 걸렸다. “후보가 비상을 걸었던 건 전체 선거 기간을 통틀어 그때 딱 한 번뿐이라 생생히 기억한다. 오전 10시에 정신없이 회의가 열렸다. 낮은 투표율, 투표 현장 분위기 등을 비롯해 ‘명태균 보고서’가 활용돼 회의가 열렸다고 추정한다. 선거 당일 할 수 있는 건 투표 독려뿐이다. 캠프 모든 팀이 투표 독려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7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명태균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명씨에게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명태균씨와 윤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은 여론조사에 그치지 않는다. 명씨는 자신의 무속적 조언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결정됐다고도 주장했다. 11월8일 민주당은 2022년 4월께 녹음된 명태균씨와 지인의 전화통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통화에서 명씨는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 (···)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다니까”라는 말을 한다.
원희룡 당시 선대본부(윤석열 캠프) 정책본부장은 명씨의 주장이 허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정책본부에서 제안하고 검토해 2022년 1월27일 공약으로 공식 발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로’ 이전할지에 대해서는 말이 바뀌었다. 신 전 교수는 “캠프에서 청와대 이전을 공약한 건 맞다. 그런데 이 정권이 애초 약속대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갔나? 3월9일(대선 당일)까지도 용산으로 간다는 말은 (캠프 내에서) 단 한마디도 안 나왔다. 핵심은 갑자기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한 데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명씨 녹취록을 듣고, 온갖 주술적·풍수적 이유로 용산으로 이전한 거 아니냐고 분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 전 교수는 김건희 여사의 지인이 캠프 공약에 개입했다고도 주장했다. “김동조 당시 캠프 메시지총괄(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이 김건희 여사의 지인인 한 아무개씨에게 전화해서 얘기를 들어보라고 했다.” 이후 2022년 2월16일 두 사람 간 통화가 이뤄졌고, 한씨의 말대로 문화·예술 공약 일부가 수정됐다. 한씨는 〈뉴스타파〉 보도에서 김건희 여사와 김동조 비서관을 모른다고 부인했다. “정책을 종합하는 입장에서 공약을 만들 당시에는 전문가들이 정상적으로 보내는 건지, ‘해먹을 결심’으로 끼워넣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치밀하게 ‘해먹을 결심’을 했다면, 난 ‘공개할 결심’을 하려고 한다.” 신 전 교수의 말이다.
서울 강남 A 화랑의 존재를 드러낸 것도 신 전 교수다.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공식 선거사무소였던 여의도 대하빌딩과 국민의힘 중앙당사 외에 A 화랑에 ‘불법 선거사무소’가 운영됐다는 의혹이다. 당시 캠프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부인했다. 권영세 당시 선대본부장은 “(A 화랑은) 선거사무소가 아니다. (···) (윤 후보에게 A 화랑 주소가 찍힌 문자를 받았다는 이준석 당시 대표의 주장은) 밥 먹으러 모이자고 했다가 헤쳤던 거다”라고 했다. 장예찬 당시 선대본부 청년본부장은 “잘 모르겠다. 가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신 전 교수는 이러한 해명이 오히려 A 화랑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본다. “아무도 A 화랑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불법 선거사무소’ 운영은 공직선거법 등 실정법 위반 사항이다.”

“탄핵 트라우마 있어서 인수위 떠났다”
2022년 4월 신 전 교수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그만뒀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던 그는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 이러면 위험하다고 보고 (인수위를) 떠났다”라고 말했다. 신 전 교수는 한 사례를 꺼내들었다. “공약 발표 때 후보가 자주 5~10분씩 (기자회견장에) 늦었다. 윤 대통령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그래서 직언이 안 된다. 예컨대 오전 11시에 공약 발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으면, 1시간 전부터는 (실무진과 전문가가) 공약에 대해 집중 교육한다. 후보가 모든 걸 알 수 없으니 ‘단기 속성 과외’를 하는 셈인데, 후보가 (설명을 듣는 게) 5분을 못 넘기고 딴 얘기로 빠진다. 후보가 평소 이해도가 높은 분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결국 10분 남겨놓고 ‘요약 페이퍼’를 보면서, 간신히 욱여넣는다. 그러다 보니 (기자회견장에) 지각하고, (공약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 못한 채 실수하게 된다.”
인수위를 떠난 그는 2년 후인 2024년 총선 당시, ‘영입인재 15호’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런 그를 향해 국민의힘에서 ‘정치 철새’ ‘배신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신 전 교수는 “민주당에 영입된 건 객관적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말대로 민주당에서 한자리 하려고 했다면, 영입될 때 다 공개하지 않았겠냐. 얼마 전 84세인 어머니가 잘 찾아뵙지 못하니, 전화로 ‘너 붙잡혀 가냐’고 하시더라. 지금 사람들은 진실을 이야기하면 붙잡혀 갈 거라는 두려움 속에 산다. 철새라고 비난하지만, 철새는 보통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가는 것으로 안다. 추운 곳으로 가는 철새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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