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덮친 ‘저성장 선진국’ 함정… 일단 취직 후 ‘무한 이직’
일단 취직한 뒤 이직 무한 반복
한국의 Z세대(1995년~2010년대 초반 출생)는 이전 세대와 달리 ‘선진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말을 듣는다. 그들 대부분이 10대 이하였던 2014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 이미 선진국을 경험한 Z세대는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는데, 한국은 어느새 다른 선진국처럼 저성장으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선진국 함정’에 빠졌다. 눈높이가 높아진 20대를 만족시킬 만한 일자리 공급이 끊겨 ‘일자리 미스 매치’ 상황에 직면했다. 2020년대 들어 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도 안 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들의 시선은 높은 급여 수준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공정한 성과급 제도를 갖춘 일자리에 향해 있지만, 여전히 제조업 정규직 중심의 경직된 일자리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짜여 있다”고 했다.
Z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하는 정형화된 제조업·정규직 일자리 수요가 높지 않다. 대신 임금과 ‘워라밸’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청년층 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청년(19~34세) 4001명 가운데 87.0%는 ‘임금·복지가 좋다면 기업 규모는 관계없다’고 답했다. 또 63.0%는 ‘임금·복지보다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이 ‘선진국 함정’에 빠져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자, Z세대는 일단 일을 시작한 뒤 조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무한 이직’을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83.2%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30대(72.6%), 40대(58.2%)보다 이직 의사가 컸다.
더 나아가 워라밸을 극대화해 정규직을 벗어난 삶을 살기도 한다. 지난해 초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둔 이모(28)씨는 현재 코딩 작업이 들어오면 건당 급여를 받고, 일이 없을 때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한다. 그는 “이렇게 해도 회사에서 일하던 때와 수입이 비슷하다”며 “당분간은 지금같이 살며 진로를 탐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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