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포퓰리즘에…갈곳없는 서울 쓰레기
주민들 반발에 건립 무산 위기
野 예산삭감에 정치갈등 번져
2026년 직매립 금지 앞두고
하루 8백톤 태울 소각장 시급
서울시가 추진 중인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립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2026년부터 수도권 지역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마포구 소각장 건립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역 주민의 님비(NIMBY) 현상에 정치권의 포퓰리즘 행보까지 더해지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수년 후에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회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건립할 예정인 새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내년도 국비 지원 예산 208억56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 의원이 민주당 소속 환경노동위원들과 통모해 건립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면서 "민주당은 예산 농단의 망나니 칼춤을 거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도권 매립지는 포화 상태고 소각해야 할 쓰레기는 폭증하는 상황에서 국가적 과제인 자원회수시설을 막는 것이 국회의원이 할 짓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국가 전체를 위해 고민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국회의원이 골목정치인의 행태를 앞장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어 "이런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1당의 실세를 자처하는 현실이 우리 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라면서 "예산은 국가 운영의 근간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이를 지역이기주의로 농단하는 것은 국정을 농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주민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마포 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설은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면서 "주민이 반대해도 밀어붙이는 것이 서울시장이 할 짓인가? 행정 농단 아닌가?"라고 맞받아쳤다.
현재 수도권의 생활쓰레기 감축과 처리는 2026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2022년 기준 하루당 3052t으로, 이 중 70% 수준인 2202t을 소각하고 나머지 850t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직매립해왔다. 직매립이 금지되는 2026년 이후부터는 기존 소각 처리량 2202t 외에 추가로 소각 물량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마포·노원·양천·강남 등 서울 시내 소각장 4곳은 평균 사용 기간이 23년으로 모두 내구연한을 초과해 가동률이 낮아져 소각장 시설이 부족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하루에 1000t을 소각할 수 있는 신규 자원회수시설 건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마포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서울시는 마포구 주민의 반발을 고려해 청소차 전용도로와 폐기물 저장소 등 각종 시설을 지하화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오염 방지 설비와 검증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상부는 주변 공원과 수변 공간에 어울리는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상암동 주민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편익시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마포구 상암동 소재 하늘공원에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당근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센 형국이다. 주민들은 소각장이 주민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 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입지선정위원회 위원 구성 등에 절차적 위법 사항이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님비 현상으로 마포구 소각장 건립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정치권까지 포퓰리즘에 가세하면서 당분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혐오 시설도 반드시 국가적으로 필요한 만큼 지역 주민에게 확실한 보상을 주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소각장 자체가 지역 공동체의 일이고 시민사회의 일인 만큼 주민들도 무조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대신 대화와 타협에 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현대화를 위해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인창 서울연구원 기후변화연구실 연구위원은 "서울의 광역자원회수시설은 현재 설비 용량이 부족하다"며 "서울의 중장기 재정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광역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사업을 민관 협력을 통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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