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백업' 설움 딛고, 파격 6년 다년계약 반전..."백업 선수들에게 희망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김용 2024. 11. 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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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백업 친구들 전화 받으니 마음이..."

'FA 광풍' 속, 지난 22일 키움 히어로즈발 작은 울림을 주는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백업 포수 김재현의 비FA 다년계약. 계약 기간이 무려 6년이다. 연봉 6억원, 옵션 4억원 등 총액 10억원 조건. 수십억, 수백억원이 오가는 최근 KBO리그에서 어떻게 보면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김재현과 키움에게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계약이었다.

김재현은 대전고를 졸업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에 히어로즈 지명을 받은 '원클럽맨'이다. 그동안 주로 수비형 백업으로 활약해왔는데, 올시즌을 앞두고 주전으로 전격 발탁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후배 김동헌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초 이탈했는데, 그의 부상과 관계 없이 키움은 올시즌 주전 포수로 김재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올시즌 커리어 두 번째로 많은 110경기에 출전했고, 가장 많은 326타석을 소화했다. 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키움의 외국인 원투펀치 후라도와 헤이수스와 좋은 호흡을 과시했고, 하영민 김윤하 등 젊은 국내 투수들도 잘 이끌었다.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경기, 키움이 9대5로 승리했다. 경기를 끝낸 키움 주승우가 포수 김재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9.11/

'만년 백업' 선수가 금액을 떠나 이런 장기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할 것 자체가 대단한 일. 그만큼 키움은 김재현의 긍정적 마인드, 성실함, 선후배 간 소통 능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김동헌, 김건희 등 포수 유망주들이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는데 길목에 김재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도 했다.

김재현은 "사실 처음 제안을 받고 당황했다. 2년, 3년도 아니고 6년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며 키움이 자신의 기대 이상의 제안을 해줬다고 밝혔다. 발표는 6억+4억이지만, 키움은 김재현이 큰 문제 없이 시즌만 잘 치르면 옵션을 다 가져갈 수 있게끔 배려했다. 사실상 10억원 계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김재현은 내년 시즌을 잘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욕심이 날 법도 했다. 김재현은 "고민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꾸준히 잘한 선수가 아니지 않나. 내가 그동안 보여준 게 있다면 FA도 욕심이 있었겠지만, 내년에 신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냉정한 판단이었다. 그런 가운데 구단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다른 선수들의 대형 FA 계약 만큼이나 나에게는 소중한 계약"이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스포츠조선DB

김재현은 최근 FA 광풍 시대에서의 자신의 계약에 대해 "팀 동료, 친구들에게도 축하를 많이 받았는데 사실 가장 울컥했던 건 다른 팀 백업 역할을 하는 동료들의 전화를 받았을 때였다. 내 계약을 보며 자신들도 동기부여가 된다는 얘기를 했다"며 "백업 선수들도 뒤에서 정말 열심히 한다. 성적이 나는 팀들은 백업이 강한 팀이다.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선수들이다. 연봉은 주전 선수들보다 적겠지만, 계약 기간이라는 안정감이 백업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금액이 적더라도 이렇게 백업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잘해야 한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스포츠조선DB

김재현은 주전으로 뛴 올시즌을 돌이키며 "경험이 없었다면 나도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 경기 운영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시즌 중후반부터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내년 시즌을 앞두고는 이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또 시즌 초반 성적이 좋을 때는 기분이 좋다가도, 막판 팀 성적이 떨어지니 포수로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재현은 자신의 뒤를 이을 포수 유망주 김동헌과 김건희에 대해 "동헌이는 묵묵히 열심히 한다. 냉정하고, 안정적이다. 내가 20세 때 저렇게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건희는 갑자기 포수를 다시 하는 데도 큰 실수가 없다. 배우려고 물어보는 자세도 좋다. 두 사람 모두 좋은 선수들"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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