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 배터리, 생사기로 `전운`… 韓, 위기이자 기회

박한나 2024. 11.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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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중국과 유럽 곳곳에서 극심한 가격 경쟁과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전운이 감돌면서 한국 역시 산업 재편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중국 뿐 아니라 유럽 역시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생산에서 중국의 CATL과 BYD, 일본의 파나소닉,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 등과 같은 기업들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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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장벽 등에 구조조정 불가피
최악 상황에 소수업체만 남을것
韓, 생존·성장 이중과제 해결해야
중국 베이징의 BYD 자동차 대리점. 연합뉴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중국과 유럽 곳곳에서 극심한 가격 경쟁과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전운이 감돌면서 한국 역시 산업 재편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프리미엄 전기차 제조사 4곳인 니오와 지커, 리프모터, 샤오펑(Xpeng)은 모두 현재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모든 회사들이 당기순손실을 줄이기 위해 비용절감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장을 계속하던 중국 전기차 시장은 내수 포화와 미국과 유럽 등의 관세 장벽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중국 전기차 업체 가운데서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를 비롯해 리오토, 아이토 등 일부만이 이익을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 기준 지난해 말까지 중국 본토의 전기차 조립업체는 연간 17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전체 공장 가동률은 54%에 그쳤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으나,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하면서 수익 개선도 여의치 않게 됐다.

첸진주 중국자동차컨설팅 상하이밍량 최고경영자는 "선진국에서의 해외 판매가 징벌적 관세로 방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기업이 곧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샤오펑의 창립자인 하오 샤오펑도 "중국 본토는 대략 50개의 전기차 조립업체가 있지만 2027년까지 오직 8개의 업체만 남게 될 것"이라며 "작은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뿐 아니라 유럽 역시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폭스바겐과 골드만삭스, 독일 정부들로부터 150억달러를 조달하며 '유럽에서 가장 자금이 풍부한 민간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스볼트는 유럽연합의 전폭적 지지에도 결국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생산에서 중국의 CATL과 BYD, 일본의 파나소닉,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 등과 같은 기업들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로 여겨졌다.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지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과 높은 인건비·운영비 부담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문제, 저조한 수율 문제 등을 이기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시장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다시 증가할 때 한국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의 저가 공세와 대중국 견제에 따른 관세 유탄, 전 세계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 강화, 미국·유럽 시장에서의 규제 대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은 "지금 전기차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기업을 합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중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극심한 경쟁과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규모 기업들은 도태되고 생존력을 갖춘 소수 기업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살아남는)소수 기업이 되기 위해선 비용 상승과 경쟁 심화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꾀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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