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우주청 본부장 "달 가는 것보다 가서 뭘 할 지가 더 중요"
국제협력 관심 국가 많아..이상률 원장 "우주개발 5% 부족"


"한국이 달에 가는 데 그치지 않고, 달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 인프라와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점을 잘 살려 글로벌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여'하는 방향을 가야 한다."
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지난 22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 디딤돌 플라자에서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전출협) 주최로 열린 '제52회 전출협 정책포럼'에서 우주청이 우주개발에 임하는 자세와 미래 방향성 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30년 간 근무하다가 지난 5월 우주청 개청과 함께 한국에 온 리 본부장은 NASA 헬리오피직스 프로젝트 관리자와 NASA 산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위성통합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백악관 행정예산국에서 예산관리자로 근무한 우주분야 전문가다.
리 본부장은 "한국이 우주분야에서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확신으로 왔다"며 "한국은10m급 열진공 챔버를 직접 제작하고, 지름 35m 심우주 안테나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이런 우수한 우주 기술력에 놀랐고, 외부에 왜 이런 것들이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열진공챔버는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어 우주환경을 모사한 우주분야의 대형 연구시설이다.
그는 한국이 갖추고 있는 우주기술과 연구장비·시설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발한 우주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페루, 호주, 일본 등 상당수 국가들이 한국과 우주개발 협력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우주청이 앞으로 추진할 글로벌 우주협력 프로젝트 중 하나인 'L4 라그랑주 탐사'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라그랑주는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뤄 중력이 '제로(0)'에 가까운 곳으로, 5곳 중 L4는 안정성이 가장 높아 안정적으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L4를 탐사한 나라는 아직 없다. 우주청은 2035년 L4 탐사선을 발사해 L4에 우주관측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리 본부장은 한국은 우주통신과 다운 스트림(우주선과 위성을 활용하는 서비스 산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달에 가는 것보다 달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한국은 다운 스트림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어 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한국 우주기업의 부품 가격 경쟁력 확보와 우주 인프라 투자 확대, 고위험·저비용 전략 등을 통해 우주개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리 본부장은 "한국은 앞으로 우주개발 '참여'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 위상에 걸맞게 '기여'에 포커싱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와우 사이언스'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열린 전문가 패널 토론에서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우주청의 우주개발 청사진에 쓴소리를 했다. 이 원장은 "우주청이 제시한 우주를 통해 한국의 세 번째 기적 창조와 우주항공 5대 강국 실현 등의 비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부 주도로 우주개발 생태계를 회귀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비전을 연계해 주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하고, 롱 텀 전략도 제시되지 않은 듯 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주청의 우주개발 전략에 5%가 빠져 있다.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에 돈을 주는 것은 올드 스페이스"라며 "국방·방산 분야를 우주 가치 사슬 안으로 끌어 들이고, 산업체를 지원하면서 우주청과 산업체 중간에서 R&D를 수행하는 항우연과 천문연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인수 천문연 부원장은 "천문연과 항우연, 우주청이 원 팀이 돼 중요한 시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우주청이 지원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우주개발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사공영보 솔탑 대표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우주 분야에서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우수한 인재들이 우주분야에서 기회를 갖지 못하고 빠져 나가고 있다"며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민간에 원활한 기술이전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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