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수미 사망한 그 병 뭐야?" 관심 딱 일주일…의사의 한숨

박정렬 기자 2024. 11. 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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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故 김수미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2024.10.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배우 김수미씨 별세 후 '고혈당 쇼크'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노인 환자들도 충격을 받아서 본인도 잘 조절해야겠다고 말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딱 일주일 갔어요. 폭증하는 노인 당뇨병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과학기자협회가 국립보건연구원과 지난 22일 '헬스케어와 노인 당뇨병'을 주제로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에서 윤재승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고혈당 쇼크로 중증 상태에 빠졌다 회복된 고령 환자가 여전히 많다"며 "임상 현장에서 고혈당·저혈당 쇼크에 빠진 노인 환자를 만나는 건 익숙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빠른 고령화에 노인 당뇨병이 새로운 건강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 교수가 보건의료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한 연구(보건의료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노인 당뇨병 세부 특성)에 따르면 2019~2022년 노인 당뇨병 환자는 약 233만명으로 전체 노인 중 10명 중 3명이 당뇨병을 앓는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42%가 65세 이상이다. 병원을 찾는 당뇨병 환자의 절반가량이 노인이라는 의미다.

노인 당뇨병 현황./사진=윤재승 가톨릭의대 교수


2022년에만 약 14만명의 노인이 새롭게 당뇨병 진단을 받는 등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노화로 인해 △혈당·인슐린 대사 △근육 대사 △쇠약 △질환의 위험이 동시에 커지며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노인 당뇨병 환자 수도 향후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노인 당뇨병의 치료·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노인은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분비 기능 약화로 고혈당에 취약하다. 하지만 동시에 인슐린길항호르몬 기능과 인지기능 저하로 저혈당 위험도 높은데 이런 '항상성의 소실'이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은 똑같이 당뇨병을 앓아도 매우 건강한 환자에서 중증 쇠약까지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라 평균을 잡아 치료 지침을 제시하기도, 약효를 평가하기도 까다롭다"며 "복잡성이 커 치료 근거가 되는 연구 자료도 부족한 형편"이라 덧붙였다.

윤재승 가톨릭의대 교수가 22일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된 과학기자협회-국립보건연구원 미디어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당뇨병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처럼 뒤따르는 합병증과 동반 질환으로 '인생 2막'을 망가트린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뿐 아니라 치매(11.3%), 암(7.55%), 심부전(6.5%), 심방세동(5.8%)처럼 치명적인 질환도 적지 않은 환자가 함께 앓는다. 당뇨병 환자가 주로 찾는 '동네 병원'이 발견하기는 어려운 병이라 의료진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주요 동반 질환 중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은 순서대로 말기신질환, 치매, 암, 폐렴, 만성 콩팥병, 파킨슨병, 심부전, 장애, 골다공증성 골절, 심근경색증 순으로 나타났다.

병이 병을 부르고, 이를 약으로 다스리다 보니 먹는 약이 증가한다. 2009~2019년까지 노인 당뇨병 환자의 다중 약제 처방(60일 이상 처방된 약제) 현황을 보면 1인당 먹는 약은 평균 9.4개로 비당뇨병 노인(5.1개)보다 약 2배 정도 많다. 최대 57개 처방받은 환자도 있었다. 20개 이상 약제 복용한 비율은 10명 중 4명(41.4%)에 달했다. 약을 많이 먹을수록 부작용 등으로 사망위험이 최대 71% 증가한다. 윤 교수는 "질병 부담과 위험도를 따졌을 때 노인 당뇨병에서 인지기능과 신장 기능 평가, 심부전과 심방세동에 대한 스크리닝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다중약제처방과 복용에 대한 적합도 평가·중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인 당뇨병 현황./사진=윤재승 가톨릭의대 교수
노인 당뇨병 현황./사진=윤재승 가톨릭의대 교수


65세 이상은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보다 질병 인지율과 치료율이 높지만, 고혈당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의 복합 조절률이 아직 40%에 그치는 등 갈 길이 멀다.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 관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019~2022년 국내 노인 당뇨병 환자 중 비만과 복부비만 비율은 각각 43%와 60%인데 75세 이상은 각각 42.1%, 65%로 결과가 더 나빴다. 노인 당뇨병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4.5㎏/㎡로 비만(BMI 25)에 가까운 상황이다.

노인도 당뇨병 관리를 위해 적절한 약물 처방과 생활 습관 개선이 강조된다. 윤 교수가 노인 당뇨병 환자를 주 5일 이상 중증도 강도로 운동하는 그룹과 하지 않는 그룹으로 구분해 분석했더니, 정기 운동하는 경우 사망위험이 20%, 말기신질환 21%, 심근경색 17%, 치매 18%, 뇌졸중 위험은 18% 감소했다. 주 4~5일 걷기만 해도 사망위험, 심근경색. 뇌졸중이 정기운동과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재승 가톨릭의대 교수./사진=박정렬 기자


국립보건연구원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는 윤 교수와 함께 노인 당뇨병 환자의 건강지수를 포괄적으로 점수화하고 위험도에 따라 맞춤 관리하는 '노인 당뇨병 건강위험점수' 모델을 구축하고 현재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를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 초고위험군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게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현영 원장은 " 앞으로 노인 당뇨병의 대사 지표 조절 기준 마련을 위한 근거를 제공하고, 신규 당뇨병 환자 관리를 위한 다각적인 표준 중재 요법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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