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천공, 어린애 수준···유승민, 윤 대통령 ‘왕(王)자’ 야매라고 때려봤어야”
윤석열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1년 ‘손바닥 왕(王)자’ 사건을 들어 그때 경쟁 후보들의 대처를 보며 윤 대통령(당시 후보)의 국민의힘 경선 승리를 확신했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다른 후보들이 윤 대통령의 ‘야매’(날림)에 가까운 무속 행위를 공략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역술인 ‘천공’도 자신에게는 어린애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23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국민의힘 경선 5차 TV토론회가 끝난 뒤인 2021년 10월초 지인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누가 되느냐’는 질문에 “이미 됐다. 9월26일날 윤석열 대통령이 확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9월26일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3차 TV토론이 이뤄진 날로 윤 대통령은 이날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토론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당시 이 행위를 지지자가 격려차 써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행위 주체를 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인이 명씨에게 ‘천공 스님이라도 되느냐’고 묻자, 그는 “천공 스님 같은 사람은 그냥 우리가 볼 때는 어린애 (수준)”라며 “그런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종인이와 밥 먹은 사람도 내 앞에 와서 찍소리도 못한다. 금마는 알아보거든”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한 매체는 윤 대통령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찬 회동을 할 때 역술인인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이 동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명씨는 이어지는 대화에서 경선 승리를 확신한 배경으로 손바닥 ‘왕’자 논란을 들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바보야 바보”라며 “(왕자가 확인됐을 때) ‘아이고 윤 후보, 내가 잘 아는 역술인있는데 왕자 그렇게 쓰면 역효과 나요. 야매로 하면 안 돼. 요새 애들도 타투 얼마나 잘 나오는데, 다음부터는 허가되는 데 가서 해요’라고 한 마디 했으면 윤석열이가 야매꾼, 야매가 돼버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왕자 논란을 이용해 “위하는 척하면서 때려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경쟁 후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서는 “기가 막혀 있는 사람이라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측은 이번 대화 기록과 관련해 “명씨가 역술인 얘기를 하다 갑자기 손바닥 왕자 논란을 언급하는데, 이 사건이 대통령 확정의 계기였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라며 “다만 ‘손바닥 왕자에 대한 경쟁 후보의 대처가 미숙하니 대통령을 확정시켜 준 것이나 마찬가지’란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명씨가 천공이나 노병한 소장을 거론하며 우위를 강조한 것은 다수의 역술인이 윤 대통령 부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명리학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공적인 결정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다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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