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국제협약' 마지막 협상…팽팽한 입장차에 타결 '촉각'
환경부 "필요시 절충안 제시할 것…협약 성안 위해 최대한 노력"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 협상이 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다. '생산 규제'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가운데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협상 타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산량 감축 여부를 놓고 각국이 팽팽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기후·환경계 안팎에선 마지막 협상인 이번 5차 협상위에서 결론 내지 못하고, 내년 6차 협상위를 개최해 논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플라스틱 협약 유치 국가인 우리나라는 '국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최대한 성안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2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정부간협상위원회(INC) 5차 회의가 개최된다. 앞서 한국을 포함한 170여개국은 지난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올해까지 성안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서는 플라스틱 생산부터 소비, 처리까지 모든 주기에 걸친 규제 방안을 논의해 왔고, 마지막 협상인 제5차 회의가 부산에서 열리게 됐다. 한국 정부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 대표단을 파견한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화석연료에서 뽑아낸 새 플라스틱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규제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를 두고 이해 당사국들의 갈등이 가장 큰 상황이다. 1차 폴리머 규제에 적극적인 국가와 환경단체 등은 현재와 같이 소비나 유통, 폐기물 재활용 등의 방식으로는 플라스틱 전주기 관리가 어렵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이루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은 각국이 정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처럼 플라스틱 감축도 정량적인 목표를 명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1차 폴리머 생산량을 2040년까지 40% 감축하자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하자는 주장이다.
대다수의 국가는 목표 설정 및 1차 폴리머 규제 등에 긍정적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러시아 등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은 생산량 감축이 아니라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자 INC 의장은 생산 감축 등 견해차가 큰 조항은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한 후 세부 기준 등은 5차 회의 이후 발전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해 다수의 국가가 의장의 제안을 수용했으나 생산국 등 일부 국가들은 1차 폴리머 관련 문구 삭제를 주장하며 내년 추가 협상을 이어가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종회의 개최국인 한국은 올해 안으로 협약이 성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상의 최대 쟁점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협상위의 의사결정을 만장일치제로 하기로 잠정 결정된 만큼 소수 국가의 반대가 있다면 성안이 불가능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성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국에 필요하다면 정부는 절충안도 제시할 준비도 하고 있다"면서 "INC를 연장해서 회의를 더 이어갈지 여부도 추후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등은 우리 정부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협약 성안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체 '플뿌리연대'의 아비게일 아길라르 그린피스 캠페인 스페셜리스트는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정 산업의 이익보다 인류와 지구를 우선시해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촉구했다.
플뿌리연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이 연 88㎏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플라스틱 생산량도 세계 3~4위를 차지할 정도로 책임이 큰 국가이기도 하다. 플뿌리연대는 "한국 정부의 플라스틱 대응 정책은 미진하기 그지없다"면서 "한국은 회의 개최국으로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기후 위기 대응에 책임 있게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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