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남성과 15세 소녀의 정사”…외설 논란 일으켰던 이 작가의 책 [Books]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11. 24. 06: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30년대, 15세 프랑스 소녀가 '식민지 베트남'에 도착한다.

어른과 동침하는 소녀 나이가 10대란 설정도 믿기 어려웠지만 소녀의 삶이 이 책을 쓴 작가 뒤라스의 실제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소설 '연인'이 한 남자의 정부(情婦)가 된 10대 소녀의 목소리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설 말미엔 소녀의 후일담이 나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지된 걸 똑똑히 드러내는 게 작가의 임무다”
27세 남성과 15세 소녀의 정사를 다룬 뒤라스
1930년대, 15세 프랑스 소녀가 ‘식민지 베트남’에 도착한다. 가난한 부모를 따라나선 불가피한 이민길이었다.

메콩강 배 위에서 소녀는 대자본가인 중국인 남성을 만난다. 남자는 약혼한 몸이었지만 둘은 연인이 된다. 27세 남성과 15세 소녀의 열애. 둘의 감정은 정사로 이어진다.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장편소설 ‘연인’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유럽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 1984년 수상작으로 ‘장미의 이름’, ‘티벳에서의 7년’을 연출한 장 자크 아노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논란을 몰고 다녔다. 어른과 동침하는 소녀 나이가 10대란 설정도 믿기 어려웠지만 소녀의 삶이 이 책을 쓴 작가 뒤라스의 실제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2021년 한국에 출간된 인터뷰집 ‘뒤라스의 말’은 뒤라스의 목소리를 꿰맨 책이다. 이 책 속 뒤라스의 언어는 측정이 불가능할 만큼 깊다.

먼저 뒤라스는 ‘문학 앞에서 발가벗은 인간’을 말한다.

뒤라스에 따르면, 작가란 누구나 자기 자신에 관해 쓰는 존재다. 자신과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를 쓸 때도, 그 이야기는 작가 생애의 핵심 사건과 연관된다. 뒤라스가 ‘연인’을 쓴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소설 ‘연인’이 한 남자의 정부(情婦)가 된 10대 소녀의 목소리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연인’을 유해한 소설로 볼 수도 없다. 나체의 정사가 빈번하게 그려지더라도 소설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독자는 쉽게 알 수 있다. ‘부유하지만 계급적으로 멸시받는 하층민인 중국인 남성’과 ‘궁핍하지만 계급적으로 지배계층인 프랑스인 소녀’란 모순적 설정도 ‘연인’의 성취다. 뒤라스는 쓴다.

작가는 위험해야 한다.
위험한 사람이어야만 한다.
금지된 것을 펼쳐 보이고
처박아두었던 어둠을 꺼내
말하지 않는 걸 말해야 한다.
“금지된 것을 똑똑히 드러내는 게 작가의 임무다. 작가는 그 자체로 위험한 사람이어야 한다. 삶을 돌보지 않는 누군가여야 한다.”

소설 말미엔 소녀의 후일담이 나온다. 중국인 남성은 약혼 때문에 소녀를 떠났고, 수십 년 후 소녀는 유럽 최정상 작가가 돼 있다. 옛 소녀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그 남자였다.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란 말과 함께.

뒤라스는 ‘연인’에서 말하고 싶었던 바를 이렇게 털어놓는다.

“내 책은 늘 ‘제시된 다음 결여되는 것’을 중심으로 탄생하고 전개된다. 이 소설은 모든 ‘중단된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별이란 마땅히 지속됐어야 하는 모든 것들의 중단과 결여다. ‘연인’은 그걸 간파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도약한다.

성(性)를 소재로 삼은 모든 소설은 ‘외설이냐, 아니냐’의 논쟁으로 번졌다. 포르노그라피와 걸작은 겉으론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둘은 지구와 달 사이 거리만큼 멀다. ‘너머’를 바라보게 하는 힘. 그게 포르노그라피와 걸작의 결정적 차이다.

‘채식주의자’ 외설성 논란 소식을 들으며 뒤라스를 펼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