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확률 814만 대 1' 로또 생방 현장 공개…"온도·습도까지 관리"
동행복권 로터리 데이…조작설·명당설 등 반박
많은 분들이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으로 원하는 번호를 나오게 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는데, 로또는 시작부터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번호 조작 의심도 나오는데, 감사원이나 외부 검증을 통해서 이미 조작할 수 없다고 확인했습니다.(임초순 동행복권 상무)
생중계를 위한 준비 과정은 추첨 장비 보관창고 개방부터 시작된다. 추첨장비 창고는 보안을 위해 CCTV와 이중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날 추첨장비 보관창고 개방부터 준비의 모든 과정은 참석 기자단과 동행복권과 MBC 추첨방송 담당자의 입회하에 진행됐다. 동행복권 관계자들은 보관창고 개방에 앞서 온도와 습도를 체크했다. 창고의 온도와 습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경우, 추첨장비 변형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고가 열리자 동행복권 관계자는 기록일지에 온도와 습도, 시간 등을 기록했다. 이날 창고의 온도는 20도, 습도는 36%였다. 창고 문이 열리고 동행복권 관계자들은 추첨장비와 함께 추첨볼 상자의 봉인 상태를 확인했다.
이후 동행복권 측은 스튜디오 중앙에 창고에서 내온 추첨장비를 설치했다. 추첨장비는 총 3대로 본 추첨기와 예비 추첨기 2대다. 예비 추첨기는 생방송 중 본 추첨기에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대체한다. 설치된 본 추첨기와 예비 추첨기 2대는 각 3회씩 테스트를 실시한다.
추첨기는 프랑스 AKANIS TECHNOLOGIES사의 '비너스 추첨기'를 사용한다. 홍덕희 동행복권 대표는 "외산을 사용하는 이유는 신뢰성"이라며 "약 40개 국가에서 우리와 같은 비너스 추첨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첨볼은 총 5개 세트로, 매주 추첨볼의 둘레와 무게를 체크한다. 추첨볼 기준 무게는 4g으로, 3.8g~4.2g(±5%)까지 오차가 허용된다. 기준 둘레는 44.5㎜로, 43.4~45.6㎜(±2.5%)까지만 오차가 허용된다.
추첨볼 세트의 봉인 이상 유무 확인과 봉인 해제는 매주 경찰관 입회하에 진행된다. 봉인 시 기록해 둔 번호를 모두 체크하고 확인이 되면 봉인을 해제한다. 방송에 사용될 1개의 볼세트와 2개의 예비 볼세트는 참관인이 직접 선정한다.
오후 8시에 로또복권 판매마감이 공지되면 생방송과 같은 환경에서 마지막 리허설 2회를 진행한다. 리허설이 끝나면 참관인이 직접 추첨기 안의 볼을 빼서 진열대에 진열하는 것으로 생방송 준비가 마무리된다.
이날뿐만 아니라 매주 생방송은 준비 과정서부터 동행복권과 MBC 관계자, 일반인 방청 참관인의 참관하에 이뤄진다.
방청 참관인은 MBC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20명을 모집한다. 다만 6개월 이내 로또, 연금복권 방청 경험이 없어야 한다. 추첨볼 세트를 선정하는 참관인은 현장에서 자원자 중 선정한다.
엄격한 관리에도 '로또 조작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나 다수의 당첨자가 발생하는 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댓글에서 신뢰성을 의심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왜 과거와 달리 이제는 당첨금 이월이 발생하지 않느냐'는 의문은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로또 판매 초창기인 1~10회까지 평균 판매건수는 200만 건으로, 판매건수가 확률보다 적어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확률이 오히려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매주 1억 1000만 건 이상이 판매돼 확률상 평균 10명 이상의 당첨자가 나올 수밖에 없어 이월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10회차 평균 1등 당첨금은 276억 원인데 같은 기간 평균 1등 당첨자 수는 12.2명으로 평균 23억 원 정도다. 과거처럼 수백억대 당청금이 나오기 힘든 이유다.
또한 과거에는 번호 수동 선택이 8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현재는 자동 선택이 7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동선택이 많아지면서 확률과 비슷하게 1등 당첨자가 나오게 됐다는 것이 동행복권 측의 설명이다.
동행복권 측은 '로또 명당이 진짜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초순 동행복권 상무는 기자단과 질의응답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일명 '스파 판매점'을 예시로 들었다.
임 상무에 따르면 2017~2022년 전국 판매금 27조 4000억 원 중 스파 판매점이 판매한 금액은 1004억 원으로 0.36%였다. 같은 기간 당첨건수 3226건 중 스파 판매점의 당첨 건수는 14건으로 0.43%였다. 판매 금액 대비 당첨건수 비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결국 '많이 팔려 당첨자가 많이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정 번호가 많이 나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1에서 45번까지 가장 적게 나온 번호는 145회(9번), 가장 많이 나온 번호는 200회(34번)로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63명에 달하는 1등 당첨자가 나온 지난 7월 13일(1128회차)과 664명의 2등 당첨자가 나오고 한 복권 판매점에서만 103명이 나온 지난해 3월4일(1057회차) 이후에는 조작설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이유에 대해 임 상무는 "복권 구매인들이 선호하는 번호 조합이 있다"며 "예를 들어 수동선택 용지배열에서 세로번호 일자 긋기, 사선 긋기, 123456 등은 매주 1만 명 이상이 찍는다"고 했다.
1128회차 1등 당첨번호 조합의 선호도 순위는 약 1만등 수준이었다. 당시 가장 많이 팔린 번호의 판매량은 5만 728개였는데, 이 번호가 당첨됐을 경우 1인당 당첨금은 52만 원에 불과했다.
인터넷 등에서 제기되는 대표적인 조작설은 당첨번호를 미리 정하고 추첨한다는 것이다. 추첨기를 조작해 특정 번호가 나오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추첨기에서 공이 밖으로 나오는 부분에는 무선인식(RFID) 기기가 있는데, 이 기기에 자석이 달려 있어 특정 번호를 끌어당긴다는 주장이다. 임 상무는 이에 대해 "해당 기기는 선택된 공의 넘버를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며, '초전도 자석'을 가지고 오지 않는 한 이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왜 과거 주택복권이나 연금복권과 같이 화살을 쏴서 번호를 맞추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임 상무는 이에 대해 "주택복권·연금복권의 경우 1에서 9까지 숫자가 있고 중복이 가능하며, 숫자가 적으니 번호판 경계 판단도 쉽다"며 "그러나 로또의 경우 화살 방식을 사용하면 원판에 45개 숫자를 표시해야 해서 한 번호가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지고, 중복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지며, 화살이 숫자 경계에 꽂히는 경우 어떤 번호인가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화살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1등 당첨금 규모 상향에 대해 국민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복권위는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당첨금 상향 여부를 검토·결정할 예정이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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