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첫 남미 순방이 남긴 과제…우크라이나전 종전 이후 준비하는 한국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출발해 한국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G20 폐막식이 열린 이날 제3세션에서 ‘디지털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또 마타멜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와 경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원국들은 투명한 다자무역 보장 등을 지지하는 85개항의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이번 순방 기간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習近平) 일본 총리 등 주요 4강 수장 중 3명과 양자회담을 갖고 특히 미·일 정상과는 다자 회담을 연이어 개최했다. 특히 15일 리마에서 시 주석과 2년 만에 마주 앉아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개선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내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에이펙 정상회의 계기에 시 주석의 방한이 유력하다. 문제는 그에 앞서 윤 대통령이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인지다.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두 중국을 찾았지만 지난 10년간 시 주석은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외교·안보팀은 내년 한·중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 문제에 양측 모두 민감하기 때문이다. 자칫 한국 정상이 계속 중국을 방문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는 점을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관계개선 국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한·미·일 협력은
◆우크라 전쟁 평화협정 이후
이번 남미 순방에선 ‘4강 외교’라는 그동안 한국 외교에서 잠시 잊혔던 개념이 다시 부상했다. 미국, 일본, 중국 정상과의 릴레이 회담에 이어 러시아와의 긴밀한 소통 사실을 윤 대통령이 먼저 공개하면서다. 러시아와의 정상급 공개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공식 라인이 소통하고 있다고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이처럼 대(對) 러시아 외교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결국 우크라이나전 종전 이후를 대비한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평화협정 전망과 관련해 “지금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불예측성이 다가오기 전에 한 두 달 정도 주어져 있는 시간 사이에 전투가 더 격해질 것”이라며 “한국도 우방들과 함께 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판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사용 승인 정보를 미리 공유해 준 것이 우리 측에 대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부를 빨리 결정하라는 우회적 압박의 제스처도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 외교가에서는 윤석열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가치외교’ 노선에서 ‘실용주의’나 ‘균형외교’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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